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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공사 지원도 북한군 주요 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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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이르면 다음달 착공 예정인 경의선(京義線) 복원공사에 군병력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북한군의 평상시 임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군의 경제활동과 관련 "군이 놀고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만 한다" 고 지적하면서 경의선 철도 연결공사에 군 투입 의사를 밝혔다.

북한군이 철도 복원공사에 투입되고 우리 군이 남측 구간(장단~문산.12㎞)의 지뢰 제거작업에 나서면 양측 군이 경제사업으로 머리를 맞대는 전례없는 광경이 벌어지게 된다.

북한에서는 金위원장이 1990년대 후반이래 선군(先軍)정치와 군민일치(軍民一致)를 강조하면서 군부대가 대규모 공사현장에 투입되는 사례가 늘어나게 됐다.

예컨대 지난 4월만 해도 ▶74만6천㎾급 태천발전소 건설공사▶마무리 단계에 있는 자강도 송원저수지(총면적 67㎢) 둑 확장공사▶평양~원산 고속도로상의 '무지개 동굴(터널)' 보수공사 등 대규모 국책 건설사업 현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 군인들은 심각한 전력난 타개를 위해 중.소형 발전소 건설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협동농장 관리에서부터 양어장.축사(畜舍)건설 등 경제재건 사업에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군부대들은 또한 '자력갱생' 의 구호아래 식량.육류 등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다양한 부업활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998년 1월 金위원장이 "가축을 사육해 고기와 젖을 생산하고 부대별로 부업지를 개간, 옥수수.콩.남새(채소) 등을 자체 해결하라" 고 지시한 뒤 북한군은 아예 '부업조' 를 편성, 운영해오고 있다.

부업조는 식량.육류를 자급자족하기 위해 부대별로 3백평에서 1천7백여평 규모의 부업지를 경작하고 있다. 부업조는 대대 단위로 편성돼 있으며 조장(대위) 밑에 20명의 사병들로 구성돼 있다.

북한군은 또 지난 97년 4월 이후 함북 길주군 등 일부 군 협동농장 관리위원회와 협동농장에 군부대를 투입, 농장을 직접 운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길주군 등에서는 제7군단 소속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들이 협동농장관리위원장을 맡고 협동농장에는 중대장, 작업반과 분조에는 소대장.소대원들이 투입돼 관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군이 이처럼 농장경영에 직접 나서게 된 것은 金위원장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관계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군은 동계훈련 등 정기훈련 기간 외에는 대규모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등 민간경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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