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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만 갯벌 매립 '레저타운'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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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도로공사가 충남 당진군 신평면 행담도에 주변 아산만 갯벌을 매립해 휴양레저시설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자 환경.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아산만 갯벌이 매립되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오는 월동 철새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해양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입장이다.

아산만 갯벌은 환경단체가 지난해 습지보전을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협약에 보호지 지정을 요청한 곳이다.

◇ 사업 내용〓2004년까지 행담도(6만9천평)옆 아산만 갯벌(10만5천평)을 매립해 이 일대에 휴게소와 골프장.해양수족관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도공은 지난해 5월 세계적인 해양레저타운 전문건설업체인 싱가포르의 이콘(ECON)사와 현대건설을 공동 개발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콘사는 2천4백여억원의 사업비 중 71%의 지분을 투자한다.

도공은 지난해 3월 서해대교 개통시기(오는 11월)에 맞춰 완공한다는 목표로 행담도에 지상3층.연면적 2천9백여평 규모의 휴게소 공사를 착공했다.

도공은 2단계로 아산만 갯벌을 매립, 해양수족관.해양생태공원.골프장.게임센터.숙박시설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 환경단체〓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아산.천안 등의 환경.사회단체 및 주민들은 갯벌 매립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김병빈(金秉斌.36)씨는 "당진지역에 리아스식 해안이 86㎞에 이르렀으나 성문.대호.삽교천 방조제 공사와 당진화력발전소 설치공사 등으로 80%가량 사라졌다" 며 "유일하게 남은 행담도 주변 갯벌까지 매립하면 아산만은 죽음의 바다로 전락한다" 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갯벌을 매립하면 해류흐름이 빨라져 어패류의 산란도 불가능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 도로공사〓매립 대상지가 정화 기능을 못하는 암반 자갈 지역이어서 별 문제가 없으며, 선진국에서 제작한 정화 시스템을 도입해 시설물도 환경친화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개발부장인 김정근(金正根)씨는 "골프장 등 일부 시설 계획은 환경보호를 위해 변경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도공은 환경영향평가를 마치는 대로 매립면허를 신청한 뒤 실시허가를 얻어 내년 5~7월 에 본격적인 매립공사에 나설 방침이다.

◇ 전문가=환경영향평가 전문용역업체인 (주)세일종합기술공사 김성호(金成鎬.38)부장은 "매립지역 대부분이 풍화암 지대여서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희대 자연사박물관장 유정칠(劉正七.43)교수는 "아산만에는 멸종위기인 가창오리 등 수십종의 조류 10여만마리가 관찰된 바 있다" 며 "갯벌을 매립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 뻔하므로 종합적인 생태계 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 고 말했다.

평택·당진=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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