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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월드] '평균' 은 의미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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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엔지니어 출신인 나같은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가 '평균' 이라는 통계용어다.

예를 들면 통신세계에서 '네트워크의 평균 트래픽(접속건수)' 이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교통사고와 관련해서도 "과거 통계의 평균치로 볼 때 자동차의 속도를 얼마 이하로 줄일 경우 사망자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라는 식의 얘기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가설은 잘못된 것이다. '평균' 이란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을 뿐더러 문제의 중요도나 그에 대한 솔루션(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망자라고 하더라도 응급차가 교통 정체로 병원에 늦게 도착하거나, 병상 수가 모자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바람에 충분히 살 수 있는 환자가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사상자 규모를 사전에 측정하거나 계량화할 수 없는 요인이 너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런 것들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표준편차 혹은 분산이라는 컨셉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더욱 깊이있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규분포 곡선의 정점, 즉 평균치가 어디에 있는가는 거의 의미가 없지만 그 곡선의 폭 또는 분포, 즉 표준편차나 분산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유럽에서 교통 시스템 모델 수립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이를 정확히 파악해 새로운 도로를 3~4차로로 설계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거부돼 현재 대부분의 유럽 도로는 2~3차로가 표준이 됐다.

그 결과 우리들은 연료와 시간 낭비, 생명의 손실이라고 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를 도중에 고치는 데 드는 비용은 처음부터 충분히 준비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든다. 생태계와 생활 스타일에도 엄청나게 큰 부담을 준다.

그러나 IT 부문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최초 플래닝(계획)실패는 열악한 서비스, 시간 낭비라고 하는 측면에서는 영향이 있겠지만 중간에 수정하는 비용은 저렴할 수 있다.

아마 IT 분야에서의 최대 오산이라고 한다면 주파수 범위나 데이터 저장 용량, 프로세서 처리능력을 절약하는 것이 예산절감으로 이어진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시간.창조성.기회의 손실로 이어진다.

문제 해결 과정이 잠시 중단되는 것 만으로 솔루션 그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커뮤니케이션이 아주 조금 지체되는 것 만으로 거래.주문의 기회를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동안 네트워크의 평균 트래픽은 주파수 범위의 20%이므로…" 라는 말로 사업전략을 결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향후 IT의 성장성을 감안한다면 과거의 단순 평균치로 방향을 정할 것이 아니라 기회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일 주간다이아몬즈지

정리〓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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