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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관계 비리 전면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2일 검찰이 N물산 세금 감면을 둘러싼 정.관계 인사들의 수뢰 의혹에 대해 전면 수사에 나선 것은 올 하반기 강도 높은 공직자 사정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 인사가 마무리돼 수사진이 틀을 갖춘 데다 현 정권이 임기 중반을 지나면서 공직기강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분위기와 맞물려 수사의 속도를 높이는 느낌이다.

◇ 수사배경=이번 사건의 수사는 두세달 전부터 시작됐다.

"N물산측이 전(前) 정권에서 수억원을 들여 로비를 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고 불평하고 다닌 것이 첩보망에 걸렸다는 게 검찰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N물산측은 법인세 탈루로 51억원을 부과받고 전방위 로비를 벌였지만 겨우 18억원만 감면받았다. 첩보 입수 직후 검찰은 N물산 관계자들을 소환, 비리 관련자의 혐의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가 4.13 총선 직후인 데다 선거사범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자 검찰은 정치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 김범명(金範明) 전 의원의 경우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들자 정치권 고위 인사를 통해 구명운동을 벌여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정치권의 입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金전의원에 대한 소환 시기를 앞당기는 등 수사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 수사 전망=검찰은 일단 金전의원을 소환한 뒤 나머지 관련자들을 다음달 중순까지 잇따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金전의원을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검찰 주변에선 이번 사건이 엉뚱한 곳으로 튀지 않을까 조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金전의원의 경우 14, 15대 자민련 의원인 데다 N물산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 중엔 민주계 실세였던 인사까지 포함돼 있어 자칫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金전의원이 노골적으로 '자민련 죽이기' 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 전했다.

金전의원이 두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자진 출두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점을 의식, 모양을 갖추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뇌물 액수 등에 비춰 구속이 불가피해 보이나 수사절차에서만은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또다른 혐의자들의 사법처리 수준도 사람에 따라 탄력적인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부 관련자의 경우 수뢰액수가 구속 사안까지는 아니라는 검찰 내부의 의견도 없지 않다.

반면 검찰 수사는 속전속결로 이뤄질 전망이다. 金전의원이 검찰 소환에 계속 불응할 경우 다른 관련자부터 사법처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른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金전의원을 압박해 가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박재현.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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