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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개봉 앞둔 SF액션영화 '엑스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인기만화는 영화 흥행의 안전판이다. 관객들이 작품의 캐릭터.분위기에 익숙해 영상을 감상하는 재미만 덧붙이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

멀게는 미국 영화 '슈퍼맨' (리처드 도너 감독), '배트맨' (팀 버튼 감독)부터 가깝게는 '비천무' (김영준 감독)까지…. 쳇바퀴 도는 일상을 뛰어넘는 유쾌한 상상력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현혹한다.

12일 개봉하는 SF 액션영화 '엑스맨' (원제 X-Men)도 이런 '성공 방정식' 을 따랐다. 1963년 첫선 이후 초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동명의 만화가 원재료다.

'슈퍼맨' '배트맨' 을 잇는 '제3의 맨' 이랄까. 다만 한 주인공의 영웅적 행동을 미화하는 대신 '엑스맨' 으로 불리는 초인집단간의 대립을 그린다는 점에서 앞의 두 영화와 구분된다.

감독은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범죄스릴러 '유주얼 서스펙트' 를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 장르는 다르지만 이번에도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제목의 엑스맨은 X유전자 이상으로 초능력을 갖게 된 돌연변이를 가리키는 집단명사.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주위로부터 소외되는 고통에 싸여 있다.

미국의 한 상원의원이 엑스맨의 가공할 힘에 두려움을 느끼고 이들을 관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데에서 문제는 시작한다.

원작이 만화여서 구성은 간단하다. 교묘한 플롯이나 심각한 갈등 대신 선악의 대결이란 이분법에 쉽게 기댄다.

한쪽은 상대의 마음을 속속들이 읽어내는 찰스 사비에(패트릭 스튜어트) 박사. 그는 따돌림당하는 엑스맨을 독려해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반대쪽의 리더는 매그니토(이언 매켈렌). 어린 시절 유대인 수용소에서 나치에 희생당한 부모를 기억하며 세상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쳤다.

손에서 나오는 자력으로 철골도 쉽게 구부리는 그는 학대받는 엑스맨들을 동원해 세상을 전복하려고 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이 두 진영의 격투로 채워진다. 마치 서양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성난 신들이 싸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사비에 진영=안개.번개 등을 부리는 스톰, 상대방의 에너지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로그, 눈에서 레이저 빔을 뿜어내는 사이클롭, 어떤 부상에서도 거뜬히 회복되는 울버린 등.

▶매그니토 진영=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미스틱, 마음대로 늘어나는 혓바닥을 무기로 삼는 토드, 삼손 같은 괴력을 소유한 세이버투스 등.

당연히 최종 승리는 사비에 진영의 것. 유치한 주제지만 시종일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현란한 컴퓨터 영상이 할리우드의 저력을 실감케 한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에서 두 진영이 운명을 건 사투를 벌이는 막바지가 압권이다.

감독은 활극의 단순함을 보충하려는 듯 철학적 무게도 시도한다. 소외.증오.사랑.희망 등의 고전적 주제를 삽입했다. 첫머리를 유대인 수용소로 장식하며 역사를 끌어들인 것도 그런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에선 원작 만화가 나온 1960년대를 감안해 사비에와 매그니토를 각각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맬컴X에 비유하지만 우리로선 그럴 필요까진 느끼지 않는다. 만화적 상상력과 화려한 특수효과가 만난 철저한 오락영화이기 때문이다.

박정호 기자

[노트]

만화영화 같은 장면에 어른들은 글쎄, 일 수도…. 인간에 대한 희망과 증오란 묵직한 주제를 경쾌하게 소화했다.

그러나 해결책은 없다. 끝부분에서 사비에와 매그니토가 다시 대좌한다. 속편을 의식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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