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서봉수-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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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 허 찔린 徐 9단 209수만에 돌 던져

제7보 (152~175)=흑▲에 이은 흑■가 절호의 수순이어서 공격하던 백의 그물은 허망하게 찢어지고 말았다.

'참고도' 백1로 계속 포위하는 것은 흑2부터 10까지 백 대마도 같이 끊어져 수상전이 되는데 이 수상전은 백이 여러 수 부족하다.

대실패를 자인한 徐9단은 쓰라린 탄식과 함께 152로 후퇴했고 李왕위는 153으로 두텁게 연결하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승부는 여기서 결정났다.

이창호란 사람은 포석에 약점이 있지만 돌이 많아질수록 점점 강해지는 특징이 있다. 복잡하게 얽힌 돌의 비밀을 아주 쉽게 풀어낸다.

그는 약간 불리한 형세에서 오랫동안 고생했으나 승부를 서두르는 徐9단의 과수를 정확히 찔러 일거에 바둑을 역전시켰다.

154로 막았으나 이미 일은 크게 틀어져 있다. 155부터는 외길 수순. 유리한 바둑을 닦아내는 솜씨야말로 李왕위의 특기 중 특기. 그는 165까지 선수하더니 167, 169로 끊었다. 정해진 길을 가듯 쉽고도 편안한 수순이다.

173에 이르러 10집 정도로 여겨졌던 흑의 좌변은 25집을 넘어 30집에 육박하려 한다. 더구나 백은 흑 '가' 로 넘는 수가 선수라서 이곳부터 잡아야 한다. 공격은 이렇게 어렵다. 이창호9단이 공격보다 수비쪽을 택하는 이유도 공격이 지닌 위험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徐9단은 174부터 움직여 마지막 승부를 구했으나 흑 '가' 를 선수당한 뒤 이곳마저 모두 잡혀 209수만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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