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체질별 여름나기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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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체질을 알면 삼복더위를 나는 지혜가 보인다. '

사상체질이란 1백년 전 이제마가 창안한 네 가지 유형. 이른바 우리나라 고유의 양생(養生)의학으로, 치료보다는 예방과 건강유지를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 푹푹 찌는 여름, 전통의학의 이론에 따른 체질별 여름나기를 알아본다.

◇ 땀=서양의학에서 땀은 체온의 평형을 이루기 위한 생리 현상.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땀의 의미가 다르다.

인구의 40~50%를 차지하는 태음인은 골격이 튼실하고 체격이 큰 것이 특징. 겨울에 식사를 하면서도 땀을 흘릴 정도지만 이러한 땀분비가 오히려 건강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평소 열이 많은 소양인이 땀을 많이 흘린다거나 얼굴.손발에 부분적으로 땀이 나면 몸의 화기가 치솟거나 불안함을 반영하는 것.

경희대 한방병원 사상의학과 이수경 교수는 "태음인은 땀을 흘리는 이열치열식 여름나기가 건강에 좋지만 소양인에게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 몸의 화기를 돋워 탈이 날 수 있다" 고 말한다.

소양인에게서 화와 열의 병증인 변비 등이 생기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 소음인은 땀을 잘 흘리지 않는 체질로 한여름에도 더위를 별로 타지 않는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리면 쉽게 탈진하고 어지러움을 느낀다. 이는 기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교수는 "양방에서 땀은 전해질과 수분이지만 한방에서는 기(氣)와 진액(津液)으로 해석한다" 며 "땀이 나는 부위와 분비량으로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체질별로 극복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먹거리=남성들이 즐겨 찾는 보신탕도 체질에 따라 득실이 다르다. 우리한의원 김수범(대전한의대 겸임교수)원장은 "개고기는 열성음식으로 속에 열이 많은 소양인이 섭취할 때 소화기계에 불을 더 지펴 설사를 할 수 있다" 며 "이는 체질과 맞지 않는 음식을 몸이 거부하는 현상" 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심폐.비위에 열이 많은 소양인은 서늘한 성질의 냉성 식품이 좋다는 것. 여름과일.냉면은 물론 보리차.결명자차 등이 열을 내리며 단전부위의 음기를 보충해준다.

그러나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소음인은 다르다. 생식.배설기관은 튼튼하지만 위장.비장 등 소화기계가 약하기 때문. 따라서 이들에겐 배탈이 나기 쉬운 냉성식품이나 찬음료보다 보신탕이나 삼계탕.인삼과 같은 열성식품이 어울린다.

예컨대 생선회나 돼지고기.맥주 등이 냉성식품. 김원장은 "소음인이 땀을 많이 흘려 기혈이 허해질 때는 황기.인삼.대추를 같은 비율로 다려 아침 저녁으로 마시거나 닭에 황기를 한.두냥 넣어 고아 먹을 것" 을 권했다.

식욕이 좋은 태음인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음식은 절제하는 것이 요령. 특히 체질적으로 지방축적이 잘돼 지방간과 비만이 많으므로 기름기 없는 담백한 음식이 좋다. 태양인도 야채 중심의 담백한 음식이 적당하다.

◇ 운동과 행동 양식=성격이 불같은 태양인은 기운이 위로 솟는 성질이 있으므로 운동을 가볍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 소음인은 땀을 많이 흘리면 진액이 빠져나가 어지럼증.무기력증이 나타나므로 배드민턴.체조 등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이 좋다. 냉방병에 약하기 때문에 에어컨을 피하고 샤워도 미지근한 물로 해야 한다.

소양인은 열이 많고 더위에 빨리 지치는 체질이므로 야외운동보다는 수영 같은 물놀이가 제격이다.

태음인은 사우나.목욕을 통해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땀을 흘리는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대신 땀이 많아 생기는 피부습진.땀띠 등을 예방하도록 샤워를 자주 해야 한다.

이교수는 "몸이 허하다고 무조건 보약을 먹지 말고, 체질을 먼저 안 뒤 그에 맞춰 음식과 운동.보약처방을 해야 기혈이 약해지는 여름을 이겨낼 수 있다" 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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