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일꾼' 전문가 양성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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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북 장관급회담의 정례화에 따라 대화의 물꼬를 튼 상황에서 앞으로 열릴 각종 회담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열린 제1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이 '386세대' 를 과감히 대표단에 포함시켜 '회담 일꾼' 을 세대교체함으로써 우리측도 젊은 세대의 회담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을 과감히 기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37세의 양태현 대표를 비롯, 24세의 '초보 대화일꾼' 도 이번 회담의 수행원에 포함시켰다. 또 나머지 수행원들도 모두 30~40대로 물갈이했다. 지난 6월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의 북측 대표단도 모두 40대였다.

북한은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 대남(對南) 민간창구도 30~40대의 젊은 실무자들로 교체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북측이 남북관계 및 회담전문가 양성 차원에서 세대교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북측은 대남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김일성종합대학 등을 나온 엘리트들을 여기에 집중 배치하고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장관급회담에 나온 전금진(全今鎭)북측 단장은 1972년 남북조절위원회 대변인으로 출발해 30년 가까이 남북대화의 간판으로 활약해온 회담전문가다. 이에 반해 우리측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두번째로 회담 테이블에 앉았다.

또 남측 대표단은 모두 50대로 구성된 데 비해 북측 대표단은 30대 후반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분포를 보였다.

이와 관련, 우리측이 신진 회담전문가 양성에 소홀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는 것이다. 물론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이나 국가정보원 해당부서에 젊은 실무자들이 적지않게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들을 공개 회담석상 등에 등장시켜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일부 관계자들도 남북회담에 대비한 체계적인 전문가 양성에 소홀한 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우수 인력을 양성한다고 해도 적절한 대우 등 상응하는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학계.연구기관 등 민간부문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큰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 중인 정부의 '개방형 인사제도' 를 적극 활용, 민간의 우수 인력을 영입해 회담전문가로 적극 양성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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