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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의선 철도 복원되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제1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과 북의 대표들은 6.15 남북 공동선언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한 6개항에 합의하는 성과를 올렸다.

남북대표들이 합의한 6개항은 장관급 회담의 운영원칙, 남북 연락사무소 재개, 8.15 남북화해 주간 행사실시, 조총련동포 고향방문, 경의선 철도 연결, 제2차 남북 장관급 회담일자 확정으로 구성돼 있다. 6개항 합의 중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경의선 철도 연결이다.

*** 물류비 절감등 實益 상당

전쟁과 분단으로 끊어진 경의선 철도 20㎞를 이음으로써 남과 북은 다중적으로 공동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첫째, 물류적 차원에서 경의선을 복원함으로써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철도와 중국대륙횡단 철도의 시발점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남북한이 폐쇄된 공간상에서는 부산에서 유럽의 중추항만인 로테르담까지 해운거리가 2만6천6백㎞이나 경의선을 복원하여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철도거리가 1만2천2백㎞로 64%나 단축되며,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해상 수송료 1천9백달러를 철도수송료 1천4백달러로 36%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경의선 복원으로, 북한은 통행료를 포함한 즉각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지하자원을 남한에 반출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등의 제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고, 한국은 물류비용을 절약하게 되는 이익을 얻을 뿐 아니라, 부산이 중국.러시아는 물론 유럽으로 가는 환적화물 수송의 기점이 됨으로써 일본의 고베를 제치고 동아시아 제일의 중추항만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경제적 차원에서 경의선의 연결은 한반도가 동아시아의 무역.금융기업의 중추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한반도는 환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관문이다. 바다와 대륙이 한반도를 중추로 해서 부채살처럼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1천2백㎞는 7억의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6조달러의 거대한 시장을 포용하고 있다. 그런데 남북분단은 이러한 중추국가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여왔다.

바로 이 점에서 경의선 연결은 중추국가 실현에 대한 장애물의 제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경의선 연결로 '주체경제의 섬' 으로 남아있던 북한이 동아시아의 거대한 시장경제에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북한이 동아시아 시장경제에 연결됨으로써 한반도경제권이라는 민족경제권과 환황해경제권.환동해경제권이라는 두개의 지역경제권이 완성되며 한국은 그 두 경제권의 중추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의선 복원은 단순한 철도의 연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일본.미국.대만의 사람과 물자가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고 북한 지역을 통과해 중국과 러시아로, 그리고 유럽으로까지 가게 될 때 사실상 휴전선의 장벽이 부분적으로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크게 줄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를 이용하는 모든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유지에 이해관계를 갖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 휴전선 장벽 허무는 효과

복원된 경의선은 한반도를 넘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실어 나르는 기차가 될 것이다. 냉전시대에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전초지로서 동아시아의 불화와 반목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한국과 북한이 경의선 연결로 동아시아의 평화가 만들어지고 전파되는 중추가 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20㎞에 지나지 않는 끊어진 경의선을 연결함으로써 남과 북은 물류.경제.정치적으로 엄청난 공동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경의선의 연결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6.15 남북 공동선언의 정신을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실질적인 결실을 가져올 수 있는 실사구시적인 남북협력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주변국들로 하여금 한반도 평화가 가져다줄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인식을 갖게 해 줄 평화철도 프로젝트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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