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측 대표단의 386 과장급 양태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의 주목을 받은 사람은 단연 양태현 북측 대표. 그가 올해 37세(1963년생)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남북 당국간 회담에 이처럼 젊은 인사가 대표자격으로 나오기는 보기 드문 파격이다.

북측 전금진(全今鎭) 수석대표는 29일 신라호텔 도착 후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환담하면서 "386세대 젊은 분들이 (회담에)끼워넣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다" 며 먼저 연령문제를 꺼냈다.

朴장관이 "우리도 386세대가 있다" 고 응수하자 全수석은 양대표를 염두에 둔 듯 "우리는 시작됐다" 고 받았다.

우리측에 내각 사무국 성원(직원)으로 통보된 양대표의 실제 직급은 과장급. 양대표와 접촉한 남측 관계자들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똑똑하더라" "나이에 비해 점잖더라" 고 평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386세대를 회담 대표로 참여시킨 것은 차세대 회담 일꾼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쇄신해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고 분석했다.

실제로 양대표는 회담 최고 전문가인 全수석대표 옆에 항상 붙어다니며 그의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배우는 듯했다.

양대표는 또 지난 4월 정상회담 비공개 특사접촉 때 북측 대표단 일원으로 참가했고, 이번에 수행원 자격으로 온 40대 초반의 권민(본명 권호웅)아태평화위원회참사로부터도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대표는 첫 서울방문 소감을 묻자 "우리나라, 우리 민족, 내 나라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껴 아주 기쁘다" 며 "젊은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도 크다" 고 말했다.

이번 회담으로 북한이 최근 각종 대남 접촉 인사들을 젊은층으로 대폭 교체하고 있음이 보다 명확해졌다.

지난 6월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이나 최근 아태평화위.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등에도 젊은 인사들을 대폭 참여시킨 바 있다.

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