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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식물 피해 심각…퇴치작업 시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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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8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60여마리의 젖소를 키우는 H목장. 사료용 옥수수를 심은 5천평 넓이의 밭 곳곳에 키가 2.5m를 넘는 시퍼런 단풍잎 돼지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돼지풀에 가린 옥수수는 시들하게 말라 있다.

목장이 밀집해 있는 강원도 대관령. 4~5년 전부터 '알레로파시' 라는 독성물질을 내뿜어 사료용 건초를 말라죽게 하는 유럽산 잡초 애기수영이 확산되고 있다.

S목장 관계자는 "농약을 뿌릴 수도 없어 뿌리째 뽑아야 하지만 손이 달려 속수무책" 이라고 말했다.

외래 식물이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토종식물의 씨를 말려 농사를 망치고 건강을 위협하는가 하면, 곤충 서식에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 파괴와 교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 실태.문제점=한국잡초학회에 따르면 외래식물은 1995년 2백50여종에서 지난해 말엔 3백20종으로 5년새 70종이나 증가했다. 주로 수입 농산물과 씨앗.목재 등에 묻어 들어와 곡물 수송로 주변과 농촌.산으로 번진다.

단풍잎 돼지풀의 경우 워낙 폐해가 커 정부가 지난해 6월 생태계 위해종으로 지정했다. 50년대 북아메리카에서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장.번식 속도가 빨라 토종의 씨를 말린다.

특히 가을에 흩날리는 꽃가루가 사람의 눈.코.피부에 묻으면 알레르기와 비염(鼻炎)을 유발한다.

연천군 지역사랑실천연대 이석우(李錫雨.42)사무국장은 "공공근로사업으로 돼지풀 베기도 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 며 "꽃가루가 날릴 때는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 고 말했다.

대관령.제주도 등 전국 곳곳의 목장주변엔 애기수영.서양 금혼초 등이 번지면서 사료용 풀을 고사(枯死)시키고 있다. 건초 생산량이 급감하는 바람에 양을 키우던 대관령 P목장은 98년 문을 닫기도 했다.

축산기술연구소 대관령지소 관계자는 "2~3년 전에 전체 초지의 10% 가량이던 애기수영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고 밝혔다.

또 서울 남산에는 북미산 서양등골나무가 전체 면적의 60%를, 전주~무주 4차로변은 흰전동싸리.앙달맞이꽃.구주개밀.서양 질경이.미국 가막사리 등 20여종이 점령하다시피 한 상태다.

◇ 대책=매년 국내 생산량(6백여만t)의 두배를 넘는 1천3백여만t의 곡물과 엄청난 양의 목재가 수입되고 있지만 검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사료용 종자만 검역하고 있을 뿐 전국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고려대 강병화(姜炳華.잡초학)교수는 "폐해가 더 늘기 전에 외래종의 분포 실태를 조사하고 검역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농업진흥청 이정준(李廷準.47)연구사는 "유해 외래종 퇴치작업부터 서둘러야 한다" 고 말했다.

장대석.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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