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 즐기는 남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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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호 15면

이런 남자 이런 여자, 이제 그만 ①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아내와 성행위가 즐겁지 않으니 제가 여자를 좀 샀습니다. 그게 병원 올 일입니까?” 30대 후반의 남성 L씨는 다짜고짜 화부터 냈다. 필자의 진료실엔 가끔 L씨처럼 자신의 문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남성이 찾아온다. 대부분의 환자가 행복을 위해 문제를 고치고자 병원을 찾는데, L씨는 오랜 세월 아내의 설득에 겨우 병원을 찾아서도 여전히 기고만장에 뻔뻔함으로 일관했다.

결혼을 하고도 성매매와 외도를 일삼던 남편 L씨. 초면에 필자가 마치 아내 편인 양 적대감에 화만 내던 남편과 그래도 이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아내. 필자도 사람인지라 처음엔 차라리 아내에게 이혼을 권하고 싶을 정도였다.

L씨는 첫 성행위를 성매매를 통해 경험했다. 변변한 연애 경력이 없던 그는 미혼 시절 성욕을 느낄 때마다 직업여성과 성행위를 했고, 접대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반복됐다. 그의 모든 성행위가 직업여성에 의한 아주 말초적이며 변태적인 자극을 가만히 누워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식이었다.

그의 문제는 결혼을 하면서 드러났다. 단 한 번도 남성 주도의 성행위를 해본 적이 없던 그는 신혼 첫날밤부터 발기반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내는 강렬하고 주도적인 말초자극을 주지 못했고, 흥분이 안 된다며 제대로 좀 자극하라고 아내를 비난만 했다고 한다. 뒤늦게 밝혀졌지만 그의 내면은 자신이 성행위를 주도해 본 적이 없기에 아내와 성행위를 할 때면 무척 긴장하고 불안해했다.

평소(?)와 다른 수준의 자극에 흥분을 하지 못한 L씨는 아내와의 성행위가 계속 실패하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내와 성문제로 다투면 직업여성을 통해 자신의 성기능이 정상임을 확인하는 일을 반복했다.

사실 L씨는 상황성 발기부전 환자다. 이런 환자는 특정 상대나 상황에서만 정상적으로 반응하고 그 외에는 발기가 안 된다. 그의 잘못된 성행위 습관이 일반적인 성 반응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성매매에 따른 불행 중 하나다.

아내의 인내와 배려에 필자의 성 치료를 받아 상태 호전을 보이던 L씨가 지난 연말 진료실에서 불쑥 놀라운 말을 꺼냈다.

“박사님께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말씀드리면, 사실 이번 송년회 때 술기운에 또 한 번 외도를 했습니다. 여전히 아내보다 성매매 여성이 더 저를 자극해주긴 했죠. 그런데 무척 허무했습니다. 아내와 느꼈던 친밀감은 없고, 말초자극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셈이더군요. 결국 제가 받았던 자극은 절름발이였어요. 적절한 자극과 친밀감의 균형이 성적 만족과 행복을 주는데, 감정이 없으니 그저 강렬한 말초자극으로 대신할 뿐이더군요. 마음을 함께하는 아내와의 성행위가 마음을 대신하는 말초자극에 국한된 행위보다 훨씬 소중하고 더 큰 만족을 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건 아내 이외엔 이 세상 누구에게도 돈으로 살 수 없더군요.”

L씨의 표현과 과거력에 뜨끔하거나 말초자극에만 급급해 성매매를 일삼는 남성들이 있다면 부디 반성하기 바란다. 물론 우리 주변엔 참 착하고 가정적인 남성이 더 많다. 새해 벽두에 비난을 무릅쓰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성 문제를 엉뚱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거나 송년회의 엉뚱한 폐습에 젖은 구제불능 남성들이 부디 송구영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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