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브라질 랩소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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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브라질 하면 금방 어떤 선율이 떠오르는가.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제5번' , 조앙 힐베르토의 '이파네마에서 온 아가씨' , 안토니오 카를로스 호빔의 '음치(데사피나도)' , 아니면 영화 '흑인 오르페' 에 나오는 '카니발의 아침' ?

브라질 음악은 백인.흑인.인디오 등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혼혈 문화로 출발한 만큼 매우 독특한 리듬과 선율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유대계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시카고심포니.베를린슈타츠오퍼 음악감독)이 탱고(아스토르 피아졸라.1996).재즈(듀크 엘링턴.1998)에 이어 보사 노바에 흠뻑 빠진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브라질 랩소디' 엔 '브라질풍의 바흐 제5번' '카니발의 아침' 등 대중적인 레퍼토리 외에도 브라질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곡들로 빼곡하다.

20세기초 이미 브라질 음악을 클래식 레퍼토리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다리우스 미요의 피아노를 위한 무용 모음곡 '브라질의 추억' 중 '코르코바도' '수마레' 등 2곡이 바렌보임의 연주로 실려 있다.

미요는 1917년부터 2년간 리우 데 자네이루에 머물면서 탱고 리듬에 매료돼 이 작품을 썼다.

디온 워윅.훌리오 이글레시아스.호세 펠리치아노 등의 음반에서 편곡을 맡았던 베부 실베티가 이 음반에서는 브라질을 대표할 만한 선율에 매우 정제된 실내악적 분위기의 편곡을 가미했다.

알렉스 클레인(시카고심포니 오보에 수석).레리 콤브(시카고심포니 클라리넷 수석).에마누엘 파후드(베를린필하모닉 플루트 수석)등 탁월한 기량의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대거 녹음에 참가한 앨범이다.

이들 3명 외에도 바이올린.더블베이스.타악기.피아노 등이 가담하는 '피아노 7중주' 가 복잡 미묘한 리듬의 브라질 음악을 깔끔하게 해석해 낸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싱어송 라이터 밀톤 나스치멘토의 우수에 가득찬 목소리가 '트라베시아' 등에서 흐른다.

나스치멘토의 출세작으로 67년에 녹음한 후 33년 만에 다시 이 곡을 불렀다.

브라질 음악이지만 흐느적거리거나 끈적대지 않는 상큼한 연주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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