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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피플] "노트북만 들고 전국일주 했더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국내 인터넷 환경을 보름 동안 발로 뛰며 체험했습니다."

이달초 노트북과 휴대폰망을 이용한 무선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의식주를 해결해 가며 14박15일간의 '무선인터넷서바이벌 여행' 을 이끌었던 대학생 이종호(26.아주대 경영학과 4)씨는 "인터넷에 접속은 잘 됐지만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지역은 인터넷에 올라 있는 정보가 거의 없어 애를 먹었다" 고 털어놓았다.

5명의 대학생들이 서울→충남 아산→충북 보은→전북 전주→전북 부안→경남 하동→부산→경북 영덕→강원 삼척→강원 동해→강원 고성→통일전망대를 거쳐 서울로 돌아온 숨가쁜 일정이었다.

여행의 목적 자체가 '인터넷만으로 서바이벌 하기' 외에도 오지를 돌며 컴퓨터를 고쳐주고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봉사였기 때문에 더욱 바빴다.

"충남 아산의 보육원인 '가나안 우리집' , 경남 하동의 묵계초등학교, 전북 부안의 위도초등학교 식도분교 등 오지의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컴퓨터를 고쳐주고 사용법을 알려줬어요. " 그는 "방문한 기관들이 대부분 컴퓨터를 관리하는 전문인력이 없어 하드가 망가지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고 전했다.

李씨가 서바이벌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은 지난 5월말. 지하철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을 보고 '무선인터넷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국통신프리텔에서 무선모뎀과 경비를, 에이서에서는 펜티엄Ⅲ6백㎒ 노트북을 지원받고 각 대학의 정보통신 동아리 게시판에 모집공고를 내 함께 떠날 4명을 선발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한 콘도.유스호스텔 등만 이용했기 때문에 5명이 함께 떠난 보름간의 여행비용이 4백50만원이나 들었다.

시외버스는 온라인 결제가 안돼 지나가는 사람에게 표를 대신 사달라고 하고 그 사람 계좌로 노트북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돈을 송금해주기도 했다.

식사도 인터넷쇼핑몰에서 식재료를 주문해 해결했지만 지방의 경우 배달해주는데 5~7일이 넘게 걸렸고 햇반.라면.통조림과 밑반찬류밖에 주문할 수 없어 곤란을 겪었다.

또 노트북 배터리 충전 때문에 당번을 정해놓고 한밤 중에 일어나 배터리를 갈아야 했다.

"미국은 소규모 민박까지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아직 국내는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는 "올 겨울에는 인터넷 선진국 미국의 인터넷 환경을 체험하기 위한 미국 무선인터넷 여행을 떠나볼 계획" 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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