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등정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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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원정대원들은 이제까지 먹었던 어떤 김치보다 가장 비싼 김치를 먹게 됐다.

배추.깻잎.고들빼기 김치 1백50㎏이 한국에서 보내진 지 보름여 만인 19일 오전 12명의 포터에 의해 베이스 캠프에 운반됐다.

포터 운반비 80여만원과 그밖의 운송비로 1백50만원이 소요된 김치는 하루 아침에 '금(金)치' 가 돼 식탁에 올려지게 됐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대원들은 김치로 입맛을 돋우며 "이제는 살 것 같다" 고 한마디씩 한다.

비행기와 트럭, 그리고 마지막에는 포터를 이용해 공수된 김치는 진공포장을 했지만 운반과정에서 벌써 몇봉지가 터지고 시었다.

김치는 빙하 속 '천연 냉장고' 에 저장을 했고, 일부는 한국산악회 대구원정대와 동국대원정대에도 전했다.

○…거벽 등반의 1인자로 손꼽히는 보이체크 쿠르티카(폴란드.52)와 한팀을 이뤄 K2 동벽을 등정할 예정이었던 일본 원정대는 쿠르티카가 19일 개인 사정으로 등반을 포기하고 하산하자 그들의 능력으로는 동벽 등반이 어렵다고 판단, 대한산악연맹 경남-광주합동대가 올랐던 남남동릉 루트를 이용해 등정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ABC에서 베이스 캠프로 내려오면서 빙하지대 크레바스에서 시신과 함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베낭을 발견했다.

"베낭이 죽은 사람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1991~93년 이곳을 찾은 독일계 원정대로 추정된다" 고 설명했다.

일본 원정대에는 야마노이 야스시(山野井泰史.35)부부, 도비타 가즈오(飛田和夫.54)와 히말라야 저널리스트로 활약하는 데라사와 리코(寺澤玲子.48)가 참가하고 있다.

야스시 부인인 야마노이 다에코(山野井妙子.44)는 91년 가을 마칼루원정대에 참가해 정상등정 후 비박하는 과정에서 동상을 입어 코.손가락.발가락을 모두 잘라내는 중상을 입고도 산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K2를 등정한 후 스키 활강으로 하산할 계획이었던 한스 카머렌더(이탈리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상을 밟지 못하고 베이스 캠프를 떠났다.

특히 이탈리아팀은 올 시즌 K2 등정을 하지 못한 채 베이스 캠프를 철수한 첫 원정대로 기록됐다.

라인홀트 메스너와 같이 등반하면서 8천m급 고봉 12개를 등정했던 한스는 박정헌 대원이 K2를 등정하던 지난달 26일 캠프Ⅳ까지 올라갔으나 고소적응이 안됐다는 이유로 베이스 캠프로 내려온 뒤 날씨가 좋아지길 계속 기다리다 19일 스카르두로 철수했다.

베이스 캠프에 있는 모든 원정대원은 "한스가 기회를 놓쳤다" 며 "왜 그때 과감하게 정상에 오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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