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치 실종…국민만 괴롭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임시국회 파행은 경제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생에 직결된 추경예산 처리가 지연되고 있으며, 하루가 급한 구조개혁 관련 법안들이 표류하면서 금융 및 공기업 개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 금융개혁 지연〓금융노조의 파업사태까지 겪으며 금융개혁을 위해 도입키로 한 금융지주회사법과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법의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CRV법은 기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이 만드는 CRV에 부실기업을 집어넣어 시간을 끌지 않고 정리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

CRV법은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도 7월 중 제정을 약속한 것으로, 이미 여러 곳에서 CRV 설립 준비를 마치고 법이 만들어지기만 기다리는 중이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기관들이 대형화.겸업화를 이룰 제도적 틀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노.정(勞.政)은 공적자금 투입은행과 부실은행들을 금융지주회사로 묶는 것은 10월 이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정부 지배를 받지 않는 신한은행 등은 이미 자체 지주회사 설립계획을 발표하고 법 제정을 기다리고 있다.

투신사 비과세신탁 상품에 예약 가입한 투자자들도 관련 세법의 개정이 계속 미뤄져 애를 태우고 있다.

비과세 상품에는 최근 수조원의 예약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당초 정부가 7월로 발표했던 공식 발매 시점은 세법 개정이 지연됨에 따라 8월 이후로 늦춰질 공산이 커졌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구조개혁이 늦어지면 그만큼 금융.기업부문의 부실이 커져 결국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고 우려했다.

◇ 공기업 민영화 표류〓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 민영화에 법률적 토대가 될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법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한전이 독점해온 전력산업을 6개 분야로 쪼개 민간참여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뒤 이번 임시국회에 다시 제출됐으나 상임위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18일 상임위 특별보고를 통해 경과를 설명하고 조속한 법안처리를 촉구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공전으로 무산됐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다음번 국회로 연기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에 통과될 보장도 없다" 고 걱정했다.

◇ 추경예산 편성 지연〓저소득층의 생계안정과 의약분업 지원 등 추가 재정소요를 메우기 위해 제출된 2조4천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도 심의가 중단됐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산불과 구제역 피해 등에만 추경을 편성하고 나머지는 모두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원안 통과' 로 맞섰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이번 추경예산 편성이 늦어지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에 따른 저소득층 지원사업이 중단되고, 지역의료보험 재정지원이 안돼 의약분업 시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지난번 구제역 발생 때 급한 대로 돌려 쓴 축산발전기금을 다시 채우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역비 등으로 5백억원의 추경예산이 시급히 필요하다" 고 설명했다.

김광기.이효준.이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