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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이영일] 6자회담에서 북한이 노리는 진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은 아무 해결책도 강구하지 못한 채 북한이 참가를 거부한 가운데 종말을 향하고 있다. 당초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원했던 북 핵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폐기는 협상기간 중에 발생한 2회에 걸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허망한 꿈이 되었다. 북한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북핵문제를 협상에 의해 해결하려면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행위에서 비롯된 안보불안감을 먼저 제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적대행위는 부시 전 대통령이 말한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핵 선제공격도 불사해야 할 국가군에 북한을 포함시킨 점, 또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지칭한 "폭정의 전초기지" 같은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의 어떠한 대통령도 지금까지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나 의도를 가진 바 없었으며 오히려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적대할 의도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을 북측에 약속,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처음에 요구하던 보장을 미국이 수용, 실천하자마자 이러한 보장을 한 장의 휴지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면서 수락을 거부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 적대행위 중지를 요구했던 친북 학자들도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북한을 두둔해 온 것 같다. 그러면 북한이 핵협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 북한은 현재 북한 핵의 폐기에 목적을 둔 국제협상에는 어떤 경우에도 불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왜냐하면 6자회담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 위한 회담이 아니고 협상을 통해 북 핵을 폐기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은 더 이상 6자회담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인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국무위원 다이빙궈(戴秉國)가 지난 9월 17일 북한을 방문, 김정일과 회담했을 때나 10월 5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의 방북 시에도 6자회담대신에 다자회담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미국과 북한 간에 대화가 진전되는 것을 봐가며 6자회담 재참여문제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피력, 6자회담에 대한 입장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Bosworth 미국 대북 특사의 방북 시에도 북한의 6자회담참가문제가 명확해지지 않은 상태에 있다.

그러면 북한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시점에서 북한이 원하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북한을 핵 보유 국으로 인정하고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한반도가 포함된 이 지역의 핵군축협상의 파트너로 참가해야겠다.는 것이다.

빅터 차 교수는 북한이 공식석상에서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6자회담과 병행하면서 미국과 북한간의 양자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안전보장(Positive Security Assurance), 즉 체제안전을 얻겠다는 것이 진의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은 6자회담 테두리 밖에서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을 인정한 것처럼 북한 핵도 인정해주고 민간베이스의 에너지협정에 동의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2005년의 9.19합의나 2.13합의를 이행할 생각을 버리고 6자회담 참여를 거부하면서 새로운 요구를 들고 나오는 배경에는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6년 12월 중순 인도(印度)에 핵연료 판매와 핵기술 이전을 허용하는 협정에 서명한 때문이다. 특히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인데도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에 예외를 인정, 특혜를 주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외부관측자들의 설명에 의하면 중국을 견제하고 원자력 관련 미국 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한 묵적에서 인도가 가진 22개 원자로 중에서 8개의 원자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감시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미국과 인도와의 민간핵에너지협정을 체결해 주었다. 이 협정에 따라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핵 기술을 이전받는 것은 물론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인정받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이중 잣대를 인도에 적용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요구를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 협력'을 받고 관계도 좋은 인도(印度)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고 그 이유로 인도는 30년 이상 핵확산으로 문제를 일으킨 기록이 없으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핵 시설을 관리하고 있어 북한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부시 뒤를 이은 오바마 미 대통령도 선거운동 기에는 부시의 외교정책을 비판했지만 2009년 11월 24일 만모한 싱(Singh) 인도 총리를 '국빈(國賓)'으로 대접하면서 인도에 대한 핵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러한 이중성을 문제 삼으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한 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타진하려고 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어떻게 해서든지 현재의 '위기국면'을 돌파하면 결국엔 핵 보유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6자화담참여시기를 질질 끌면서 내외여론의 향배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 측의 오산이다. 북 핵 6자회담이 열린 것은 동북아시아지역에서의 핵 도미노현상을 막으려면 북한 핵의 폐기가 필수적이라고 주변국들이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북한간의 양자 대화에서 설령 인도방식의 대북적용이 양해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일본과 한국의 반발을 미국이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테두리 내에서나 밖에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협상차원에서 북한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고 하겠지만 그것의 실현을 끝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다. 김정일의 건강악화를 계기로 시작된 후계체제 구축문제와 악화일로의 북한 경제사정은 북한이 핵협상을 아무 성과 없이 천연시킬 수만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현재 김정일은 자기 후계자에게 개혁된 경제상황도, 난경(難境)을 벗어나도록 지원해 줄 국제사회의 호의도 이끌어 낼 어떠한 유산도 남겨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의 적극적인 체제보장이다. 이는 빅터 차 교수에 의하면 미국과의 큰 틀의 협상을 통해 김정일의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이 정권을 지켜내려면 핵을 부분적으로 포기해 가면서 외부의 경제 지원을 얻어내고 점진적인 개혁개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과정에서 김정일 가계(家系)가 붕괴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보장은 김정일의 진실한 희망일 수는 있지만 그러나 개혁개방의 과정이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개혁개방의 딜렘마”를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정권교체 기에는 항상 불안정이 따르며 외부개입보다는 내부 갈등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사실상 북한이 미중양국과 진지하게 협의해야 할 과제 같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7월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이 제기한 북한 유사시 대책 협의를 거부하였다.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하여도 협상 쌍방은 어느 측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북측이 원하는 것을 미국이 줄 수 없고 미국이 원하는 것을 북한이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추가적인 양보를 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를 국제사회가 이행토록 하는 이른바 협상과 제재를 병행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상황은 북한의 유사 시문제로 변질되고 있다. 현시국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바야흐로 6자회담에서의 성과기대보다는 북한의 유사시를 내다보는 대안강구에 좀 더 주력해야 할 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이 영 일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보내드리는 뉴스레터 '차이나 인사이트'가 외부 필진을 보강했습니다. 중국과 관련된 칼럼을 차이나 인사이트에 싣고 싶으신 분들은 이메일(jci@joongang.co.kr)이나 중국포털 Go! China의 '백가쟁명 코너(클릭)를 통해 글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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