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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원 경선 과열방지 나선 DJ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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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당대회는 어차피 경쟁 속에 치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경쟁과열)에 너무 신경쓸 것 없다." (6월 21일 서영훈 대표, 민주당주례보고)

"전당대회는 당권이나 차기 대권과 관계없다. 당이 단합된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 (7월 7일 당 지도부.의원 청와대 만찬)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발언이다. 8.30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의 무게중심을 金대통령은 경쟁에서 단합 쪽으로 옮겨놓고 있다.

고위 당직자는 17일 "이는 金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권력관리와 당 전열 정비를 위해 경선 분위기에 신경 쓴다는 얘기" 라고 설명했다.

그는 "金대통령은 경선과열과 후유증을 우려해 '제한경선'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당초 金대통령은 전면적 자유경선 방식의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민주적 이미지를 높이려 했다.

이 당직자는 "활발한 경선이 정국 주도권을 잡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도 했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5.31전당대회를 경선으로 치른 뒤 이회창(李會昌)총재 체제로 신속히 정비된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같은 金대통령의 구상은 미묘한 상황에 부닥쳤다.

우선 동교동계 핵심인 권노갑(權魯甲)상임고문과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의 갈등설이 불거지더니, '2甲(권노갑.한화갑)+1李(李仁濟상임고문)' 연대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는 다시 불공정 시비로 이어졌다. 당 일각에선 차기 후보들의 경쟁이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런 혼선 속에 權고문의 불출마 선언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린다는 당의 결정이 나왔다.

일부 경선 후보에겐 '너무 앞서나간다' 는 청와대의 경고 메시지가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고 메시지는 金대통령의 고민이 담겨 있다" 고 여권 관계자가 지적했다.

이같은 기류변화는 당내 경선 후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두그룹으로 분류되는 韓위원과 李고문.김근태 지도위원 등은 대세몰이에 나서기보다는 수위조절에 힘쓰고 있다.

"후보 등록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다" (韓위원), "8월초에 입장을 밝힐 것" (李고문)이라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물밑으론 韓위원.李고문을 중심으로 '신(新)합종연횡' 이 모색되고 있다. 범동교동계인 안동선(安東善.경기)지도위원과 김중권(金重權.대구-경북)지도위원, 정동영(鄭東泳.소장층).김기재(金杞載.부산-경남).김희선(金希宣.여성)의원 등이 연대 파트너로 거명되고 있다.

정대철(鄭大哲)의원과 이협(李協).박상천(朴相千).김태식(金台植)의원은 독자노선을 표방한다.

이들은 權고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權고문은 지난 주말 당내 중진인 김영배(金令培)의원 등과 골프를 했다.

한 측근은 "權고문은 중립을 지키되, 방관하는 중립이 아닌 모든 경선후보를 도와주는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고 말했다.

李고문은 지난 주말 權고문을 만난 뒤 사흘간 영남지역을 방문했다. 총선에서 떨어진 원외위원장들을 위로한다는 명목이다.

李고문 측근은 "중부권과 영.호남에서 80여개 지구당을 잡을 경우 경선1위가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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