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전문가 기고] 평화협정 체결 군비통제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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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쟁 발발 50년이 흘렀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불안정한 휴전상태에 있다. 이제 남북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불안정한 휴전체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일이다.

첫 남북 정상회담은 평화공존과 통일을 위한 역사적 전기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가장 미흡했던 분야가 '평화' 부분이라는 지적이 있다.

두 정상이 마련한 6.15선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출발점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평화체제 구축이라고 본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두가지 과제를 갖는다. 우선 법적 측면에서 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평화협정은 한국전쟁을 법적으로 종결하며 남북간 평화공존을 제도화하고 남북한과 관련국들이 이를 위한 조치를 전적으로 준수토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북한은 70년대 중반 이후 대미(對美) 평화협정을 주장해 왔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북.미 관계도 미.중 관계도 아닌 바로 남북간의 적대적 대결을 해소하는 일이다.

따라서 평화협정은 당연히 남북이 당사자가 돼야 하며 관련국들이 이를 보장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단지 남북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평화협정을 뒷받침하는 신뢰구축(CBM).군비통제 등 실질적 조치를 수반해야 한다.

한반도에는 1백80만에 달하는 중무장한 군대가 서로 대치하고 있으며 대량파괴 무기 또한 개발.배치돼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다.

중무장한 군사적 대치상황의 해소없는 화해와 평화협정 체결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할 것이다.

남북은 지난 92년 기본합의서와 비핵화(非核化) 공동선언을 통해 군사적 대치상황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틀과 방안을 갖고 있지만 군비통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훈련의 상호 통보' 조차 이뤄진 적이 없다.

남북의 정상은 6.15선언 1항에서 통일문제를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 하자고 합의했다.

이는 자주.평화통일의 기반인 평화체제를 남북대화로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평화체제에 관한 본격적인 남북협상이 기대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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