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으르렁' 중국-대만 화해바람 솔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돌덩이처럼 굳어있던 양안(兩岸)관계가 서서히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안 최고 지도층간에 신뢰가 형성되는 모습이 그 첫째다. 천수이볜(陳水扁)대만총통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양안간 직거래를 의미하는 '삼통(三通 : 通商.通航.通郵)' 이 양안 도시간에 먼저 시작될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도시 시장간 상호방문도 추진 중이다.

◇ 신뢰 형성=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의 '정치적 스승' 인 왕다오한(汪道涵) 중국 해협회(海協會)회장은 13일 "그(천수이볜)의 대만독립 입장은 이미 조정됐다" 고 말했다. 대만 야당인 신당(新黨)의 상하이(上海)방문단을 맞은 자리에서다. 중국 최고위층이 陳총통에 관해 '긍정평가' 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화는 사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됐다. 陳총통은 대만을 방문한 미국의 아시아기금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1992년 (양안간)합의정신으로 돌아갈 용의가 있다" 고 말했다.

92년 양안 대표가 합의한 '하나의 중국에 동의하되 그 의미는 각자 해석한다(一個中國, 各自表述)' 는 입장을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다.

이때부터 중국 최고 지도부는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 증거는 江주석 싱크탱크 일원인 리위후이(李宇輝)베이징대 교수의 평가다. 李교수는 陳총통 발언 직후 "陳총통은 베이징 당국이 원하는 것에 매우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고 평가했다.

◇ 시장 상호방문=주야옌(朱亞衍) 중국 샤먼(廈門.아모이)시 시장이 18일부터 사흘간 대만 가오슝(高雄)시 방문을 선언했다.

셰창팅(謝長廷)가오슝 시장의 초청을 받아들인 것. 朱시장은 13일 팩스로 편지를 보내 "샤먼시의 문화.경제담당 관리들과 함께 18일 가오슝을 방문하겠다" 고 통보했다. 정치적 의미를 줄이려는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초 謝시장이 샤먼시 방문을 계획했으나 "아직 시기가 이르다" 는 대만행정원의 제동에 걸려 방문이 좌절됐다. 그러나 朱시장의 방문허가권을 쥐고 있는 대륙위원회 차이잉원(蔡英文)주임은 "朱시장이 결격사유만 없다면 방문 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고 밝혔다.

◇ 도시간 교류 추진=가오슝.샤먼시는 도시간 '삼통' 을 실현하자는 데 뜻을 같이 한 상태다. 양안간 전면적인 통상.통항 등에 대비한 '시범지구' 같은 성격이다.

양안문제를 전담하는 첸치천(錢其琛)외교담당 부총리도 "사소한 일에 얽매일 필요없다. 도시간 삼통은 아주 좋은 착상" 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탕페이(唐飛)대만 행정원장도 13일 "양안간 선의가 발효될 시간이 필요하다" 고 말해 도시간 삼통 같은 중간다리를 놓는 데 반대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