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 도덕불감증 걸린 충북도의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충북도의회가 지난6일 실시된 후반기 의장 선거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의장선출을 둘러싼 매표행위가 드러나 의원 4명이 무더기로 구속영장이 신청됐기 때문이다.

도민들의 따가운 질타와 비난 여론은 도의회 무용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다.

하지만 도의회는 진정한 반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하기보다는 오히려 일련의 상황전개가 못마땅하다는 표정만 짓고 있다.

지난 8일 심흥섭(沈興燮)의원은 박재수(朴在秀)의원이 선거전 2천만원씩 동료의원 7명에게 돈을 돌렸다며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 결국 받은 돈을 돌려준 의원 2명을 제외하고 朴의원 등 4명이 수사대상이 된 것이다.

제대로 된 의회라면 원구성 후 처음 임시회가 열린 지난 10일쯤은 사과성명이라도 나왔어야 했다. 임시회의가 열린 날 축하와 성원 금품수수 관련자들이 줄줄이 소환됐고, 시민단체의 관련의원 사퇴 촉구 성명도 나왔다.

그러나 의회는 11일 성명을 내기로 했다가 의원간 조율이 안됐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12일에야 사과성명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도의원 총의는 아니었다. 성명발표에 대한 입장정리를 위해 소집한 간담회에 14명만이 참석한 것이다. 그동안 쌓여온 의원간 불신과 갈등의 반증이다.

더 큰 문제는 일종의 '내부고발' 로 불거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도의회의 시각이다. 자성보다 폭로에 대한 불만 표출로 도덕적 자정능력에 대한 세간의 의심을 자초한 것이다.

돈을 돌려준 의원 2명은 폭로가 없더라도 경찰이 알아서 할텐데 미리 터트려 의혹만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김진호(金珍鎬)의장도 12일 기자회견에서 내부고발한 沈의원의 '용기' 에 대해 "답변을 유보하겠다" 면서 '가장 젊고 의정경력이 짧다' 는 말을 덧붙였다. 그가 경솔했음을 은근히 탓하는 뉘앙스였다. 당장 '왕따' 를 당하게 된 沈의원의 포용문제도 경찰수사가 종결된 뒤에 생각해보자는 의견이었다.

선진국에선 비리근절을 위해 공직사회에서 내부고발이 활성화돼 있다. 충북도의회의 도덕 불감증이 너무 중증이라는 느낌이다.

청주=안남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