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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품 소비계층 다양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선글라스는 베르사체, 핸드백은 루이 뷔통, 구두는 페라가모, 옷은 샤넬. 이 정도라면 됐어. 무리해서 장만했지만 역시 명품은 이름 값을 한다니까' .

혹시 이렇게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이미 명품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명품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종래 30~40대 상류층이 주 고객이던 명품의 소비계층이 20대 직장여성에서부터 대학생.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번지고 있는 것.

"명품 브랜드 하나쯤 안가지고 다니는 애들이 없어요. 하다못해 가방이나 핸드백 이미테이션이라도 하나쯤은 장만하는 게 보통이에요" . 성균관대 4학년에 재학중인 김민희(24)씨의 말.

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프라다 배낭의 구매욕은 뜨겁다.

온라인 명품백화점을 표방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고등학생을 위한 대화방' 을 만들어 각종 상담과 구매요구를 처리하고 있다.

인터넷 명품 동호회도 점차 늘고 있다. 여성 포털사이트 우먼플러스에는 '페라가모 팬클럽' '구찌 팬클럽' 등 특정 명품을 선호하는 팬클럽이 조직돼 활동중이다.

중고품 전문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일대를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들 중고품 전문점들은 싫증난 명품을 팔려는 공급자와 진품을 헐 값에 구하려는 수요자를 위한 만남의 장.

98년 11월 이후 3년째 중고명품 전문점 '유즈드 마트(http://www.brandmall.co.kr)' 를 운영하고 있는 황금목(35)씨는 "최근 들어 명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며 "주문을 하더라도 물건을 구하려면 2~3달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한다.

스스로가 명품 매니아였다는 임선명(30)씨도 이달 초 아예 중고명품점을 개업했다.

'로데오 몰(http://www.rodeomall.co.kr)' 이라는 중고명품점을 개업한 현씨는 "딱 한군데에 플랭카드를 내걸었을 뿐인데도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고 전했다. 이미테이션이라고 불리는 모조품들도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동대문.남대문.이태원 등에서 10~20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이미테이션은 진품과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구태여 진품을 고집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이미테이션으로 진품을 소유한 듯한 효과를 노린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세계 각국 명품 브랜드들의 한국행 러시'와 기존 업체들의 명품 브랜드 개발붐'도 이같은 명품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옷 한벌에 3백만~4백만원, 구두 한켤레에 50만~6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을 대학생들이나 20대 직장인이 구입하기는 쉽지 않은 일. 따라서 명품 한가지를 사기 위해 몇달 동안의 용돈을 투자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명 '샤넬족(族)' 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명품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명품의 차별화 전략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

유행을 따르지 않는 고전적인 스타일과 엄격한 품질관리, 제한된 수량으로 인한 희소가치, 고가 전략이 명품에 품위와 스타일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명품을 사는 이유에 대해 이태원에서 만난 대학생 한경아(22)씨는 "사실 명품을 산다는 것은 그 제품을 산다기보다 브랜드 이미지 혹은 브랜드 파워를 사는 거죠" 라고 딱 잘라 말한다.

건국대 의상사회심리학과 이인자 교수는 "명품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며 "10대와 20대의 경우 명품을 소비하는 상류사회에 편입하고 싶은 심리에서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중년층의 경우엔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고 진단했다.

반면 이같은 현상을 사회적 다양성의 한 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용돈을 모아 명품을 사는 계층과 저가의 실용적인 국산 브랜드를 쓰는 계층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비난하는 대신 각자의 생활방식을 인정하는 양상을 보인다" 며 "이제 명품의 소비는 단순히 과소비의 측면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보다 현재 자신이 원하는 것에 충실한 신세대 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봐야 한다" 고 주장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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