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나온 인도 마을 '인성 황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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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도의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수천년 전 고대 보물이 발견됐다. 그때부터 마을은 탐욕과 의심, 상호비방과 두려움이 뒤범벅된 혼돈속으로 빠져들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11일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스 지방의 무자파르나가르 마을에서 벌어진 이 우화 같은 이야기를 보도했다.

인더스 계곡 하라파 문명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이 마을에서 발견된 것은 지난달. 땅 주인인 아닐 쿠마르는 마을사람들에게 쓰레기를 치우고 땅을 정리해 주면 그 대가로 흙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일꾼들이 금덩어리를 캐낼 때까지 그는 버려진 자기 땅에 보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매장된 보물은 약 5백㎏. 보물이 발견되자마자 일꾼들과 인근 주민들이 닥치는 대로 주머니에 이를 주워담아 달아났다. 총을 들고와 다른 사람이 훔친 것을 다시 약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찰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당량이 털린 뒤였다. 그리고 잠시 뒤엔 경찰도 약탈에 가담했다.

한 일꾼은 "경찰관들이 야간에 들어가 40㎏의 흙과 금붙이, 은 장신구 등을 훔쳐 오도록 요구했다" 고 폭로했다.

약탈자들은 금괴를 내놓으라는 경찰 요구와 고고학자들의 보상 제안을 일축했다.

급기야는 정부도 나섰다. 인도 정부는 "1백년 이상된 유물은 국가 소유" 라며 시장가격의 두배 보상을 조건으로 유물 찾기에 나섰다.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유물 회수본부도 만들었다. 그러나 보물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들의 탐욕 때문에 고대 유물은 이미 뿔뿔이 흩어져버린 뒤였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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