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난개발이 뭐고 왜 문제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요즘 '난(亂)개발이 문제' 라는 말을 자주 듣지요. 난개발은 생활.교통.교육환경 등에 대한 사전 계획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건물을 짓는 것을 말합니다. TV에서 봤겠지만 산과 들을 흉칙하게 해치기도 합니다.

난개발이 왜 문제가 되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새로 지은 집이나 빌딩에서 사람들이 살려면 상하수도.도로가 필요합니다.

학교.공원.동회.파출소.우체국 등의 공공시설물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집.건물만 짓는다면 이사온 사람들이 아주 불편하겠죠. 도로가 좁아 교통이 혼잡해져 아버지는 출퇴근하기가 어렵고, 어머니는 장보러 멀리 나가야 합니다.

근처에 학교가 없다 보니 학교 다니기도 힘듭니다. 근처 마을에 살던 사람들도 갑자기 사람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길 게 뻔한데도 왜 난개발이 일어났을까요. 우선 땅의 수급 불균형 때문입니다.

땅을 갖고자 하는 요구는 많은데 땅은 부족한 연유로 미리 계획도 안세우고 급하게 개발부터 하게 된거죠.

우리나라는 방글라데시.인도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습니다. 지난 해 기준으로 ㎢당 4백71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악지대가 많아 개발할 공간이 매우 적습니다. 전국토 면적 3백억평 중 임야와 농지가 90%가 넘습니다. 개발된 용지는 전국토의 5%밖에 안됩니다.

그러다보니 도시 지역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땅값은 자꾸 올라가고 살기도 불편해지고 있습니다.

1인당 주거면적이 5.2평밖에 안돼 일본(8.9평)이나 영국(12.2평) 등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주거환경이 나쁨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1990년대 초에는 집 부족 문제가 심각했답니다.

집 지을 땅은 없는데 집을 갖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히 땅값과 집값이 크게 올라갔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94년 논.밭이나 구릉지 등의 개발을 허용했습니다.

논.밭이나 산지도 집 지을 땅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는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문제는 개발을 하더라도 앞서 지적한 것처럼 계획을 갖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끔 했어야 하는데 이제까지는 그렇지가 못했답니다.

학교나 도로 등의 공공시설을 건설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사람들은 비용은 생각하지 않은 채 이런 시설들을 공짜로 이용하고 싶어하지요.

아파트단지처럼 대규모 개발을 하려면 이런 비용 문제를 고려했어야 하는데 건설을 허가해주는 시청.군청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제까지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답니다.

시청.군청 등의 지방자치단체는 자기 지역에 사람들이 많이 살도록 집도 짓고, 공장이나 상가도 지으려고 노력하기 마련입니다.

세금 수입이 많아져야 살림 형편이 좋아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언제 어디에 학교를 세울까는 교육부가 결정합니다.

상하수도.도로 등을 건설하려면 새로 조성한 주택단지에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자치단체는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답니다.

시설들을 설치할 책임이 서로 다른 기관에 있고 이들 기관 사이에 협조가 잘 되지 않는 거죠.

난개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발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발을 억제하면 새로운 땅의 공급이 줄어 땅값이 오르게 됩니다.

땅값이 오르면 그만큼 살기가 어렵게 되지요. 개발 자체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먼저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난 후 개발하는 '선계획 후개발' 만이 난개발의 해결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분당이나 일산 신도시와 같이 대규모 계획에 의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도 앞으로는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개발을 허용하기로 해 난개발 문제는 차츰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진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