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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파업 끝나기까지] 풀렸다…꼬였다 종일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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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상 초유의 은행 총파업 사태를 파업 첫날에 끝내기 위한 노·정(勞·政) 양측의 협상은 한마디로 곡예였다.

지난 10일 밤 10시쯤 노.정간 3차 협상이 시작된 후 11일 오후 7시15분쯤 양측이 "합의에 도달했다" 고 발표할 때까지 벼랑끝 협상이 이어졌다.

양측의 신경전은 합의사실 발표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합의문 공표를 12일 오전으로 미룬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10일 저녁 10시〓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이 명동 은행회관에 도착하면서 미리 와있던 이헌재 재경부장관·이용근 금감위원장 등 정부 대표와 김호진 노사정위원장 주재로 3차 공식협상에 들어갔다.

밤 11시30분쯤 노조와 정부측 실무진 각 2명으로 실무위원회가 즉석에서 구성돼 추가 협의가 진행됐다.

▶11일 오전 2시〓노조측 실무협상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실무협상 결렬이 선언됐다.

2시40분쯤 2차 실무위가 어렵게 재개됐지만 노.정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기다리던 李금융노조위원장이 오전 5시 파업 은행원들이 모여 있던 연세대에 도착, 협상결렬과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측 김영재 대변인은 곧장 "결렬이 아니다.

대화를 계속한다" 며 추가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협상결렬 선언후 4시간이 지난 9시15분부터 2차 실무협상이 벌어졌다. 여기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11일 오후 1시〓은행원 농성장소인 서울 명동성당을 李금감위원장이 방문, 네번째 공식 협상이 재개됐다. 그동안 기업은행에 이어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파업 중이던 노조원들에게 "파업을 철회하고 근무지로 복귀하라" 는 지침을 시달하면서 회담장 밖에선 협상이 끝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대기 중이던 노사정 위원회 관계자들 입에서도 "거의 다 됐다" 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오후 2시30분쯤 협상장 안으로 노조측 관계자가 노트북 컴퓨터를 반입하는 게 목격되면서 "곧 합의문이 작성될 것" 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오후 3시부터 정부와 노조측 실무진이 합의문의 구체적인 자구협의에 들어가면서 협상은 다시 한번 틀어졌다.

금융지주회사 안과 관련, 노조측에서 입법 자체는 허용하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하인 은행들은 지주회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문안을 합의문에 명시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입법 주무부서인 재경부에서 "절대 곤란하다" 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를 놓고 양측이 팽팽히 대립한 끝에 오후 4시20분 李 금융노조위원장은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 "재경부가 사사건건 반대해 무슨 일이 되겠느냐. 합의된 것은 하나도 없다" 며 명동성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11일 오후 5시〓李금감위원장은 은행회관 9층 귀빈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李금융노조위원장을 다시 만나 협상에 임하겠다" 고 말했다.

이후 금감위원장은 은행회관에 대기 중이던 이헌재 재경부장관과 숙의를 하고, 다시 노조측과 만나 오후 7시가 좀 넘어 마침내 합의에 도달했다.

신예리·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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