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식중독 "끓여도 안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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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다소 주춤했던 폭염이 태풍 카이탁의 소멸로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이질이 창궐하고 탄저병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이 나타나는 등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이 어느 때보다 많다.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사항들을 점검해본다.

◇ 끓인 음식도 방심은 금물〓물과 음식은 반드시 끓여 먹도록 한다.

단 10마리만 있어도 감염된다는 이질도 끓여먹게 되면 안전하기 때문. 탄저병 예방을 위해선 육회나 생간 등 날고기를 먹지 않아야한다.

그러나 끓였다고 1백% 안전한 것은 아니다. 탄저병 세균은 두꺼운 포자로 둘러싸여 있어 끊는 물에도 잘 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저병이 우려되는 밀도살한 고기는 끊이더라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아예 먹지 않도록 한다. 조기발견도 중요하다.

일단 세균이 전신에 퍼져 뇌출혈과 장이 터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오명돈교수는 "고기를 먹고 편도선염처럼 목안이 붓고 아픈 증상이 생긴다면 탄저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바로 병원을 찾아야한다" 고 지적했다.

끓여도 소용없는 또하나의 사례는 식중독. 상한 음식을 먹어 배앓이를 하는 식중독은 주로 포도상구균에 의해 발생하는데 음식물을 끓여도 포도상구균은 죽지만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소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 따라서 조금이라도 상한 음식은 끊여서 다시 먹기보다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 햇볕에 맨살 노출은 금물〓해마다 이맘때쯤 되풀이되는 실수가 햇볕에 의해 피부가 발갛게 붓고 물집이 생기는 일광화상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잠깐 방심하다 낭패를 보기 때문. 예민한 사람은 10분만 햇볕에 피부를 노출해도 붉은 반점 등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멜라닌 색소가 적어 화상을 입기 쉬운 등이 취약한 부위다.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르거나 옷으로 가리는 것이 예방책. 일광화상이 생기면 바셀린이나 연고를 바르는 것보다 열기를 식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메디코스클리닉 피부과 이상협원장은 "찬 얼음물이나 우유로 20~30분씩 하루에 서너차례 적셔주거나 얇게 썬 감자나 오이를 화상 부위에 대 주면 좋다" 고 말했다.

통증이 심한 경우 아스피린 등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도록 한다.

◇ 열사병에 주의하자〓더위를 먹고 생기는 열사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이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증상은 체온은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데 땀이 나지 않고 기진맥진해지는 것. 무더위로 땀의 분비를 관장하는 대뇌 속의 체온조절중추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땐 바로 차가운 물로 몸을 적셔 체온을 강제로 식힌 뒤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실수하기 쉬운 것은 아기를 차안에 남겨두는 것. 뙤약볕 아래 차의 실내온도는 10분만 지나도 60도 가까이 올라간다. 창문을 열어도 안심할 수 없다.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교수는 "여름철 행락지 차내에서 아기가 죽는 것은 환기부족이 아니라 열사병 때문이므로 창문을 열어도 소용없다" 고 지적했다. 땀샘이 없어 혀로 체온을 식혀야하는 애완견도 주의대상이다.

◇ 얼어죽을 수도 있다〓역설적이지만 무더운 여름철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다.

선풍기 바람을 맞고 잠들었다 사망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 이교수는 "선풍기를 틀고 잠들었다 사망하는 원인은 흔히 알고 있는 질식이 아니라 저체온증" 이라고 강조했다.

선풍기를 얼굴이 아닌 다리나 등을 향해 틀어도 사망하는 것이 증거.

건강한 사람이면 문제없지만 술에 취한 상태나 결핵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환각제를 흡입하고 잠든 상태에선 생명을 위협하는 체온인 27도 이하로 떨어져도 깨지 못하므로 선풍기나 에어콘 바람을 맞고 잠들어선 안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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