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돌아오자마자 “노조법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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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공사 수주 지원 방문을 마치고 28일 오전 귀국했다. 귀국 후 청와대로 돌아온 그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 상황부터 챙겼다.

이날 서울공항에서 열린 이 대통령의 귀국행사에는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 외에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참석했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47조원) 플랜트 수출의 성사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대통령 귀국행사에 당·정·청의 수뇌부가 모두 참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정 총리와 정 대표는 공항의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에게 “역사적 쾌거를 이뤘다”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청와대로 돌아온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장 먼저 “노동법(노조법) 개정안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러면서 “노동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혼란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 3시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들과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었지만, 다음 달로 연기했다.

한편 노동부는 이날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담은 고시 및 예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국회에서 노조법이 개정되지 않아 내년 1월 1일부터 현행 법대로 두 제도가 시행될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비상경제정부 유지”=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정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서민들이 경제회복을 체감할 때까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비상경제정부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래도 저래도 걱정이 앞서는 심정으로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올해의 마지막인 이날 연설에서 “지난 1년 국민 앞에서 조금이라도 밝은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다”며 “하지만 제 속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타들어 갈 정도로 정말 어려운 한 해였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저는 우리 국회를 믿는다”며 “올해 안에 예산이 꼭 통과되리라고 본다”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또 UAE 원전 수주와 관련해선 “여러분이 방송을 들을 때쯤이면 (저는) 큰 성과를 거두고 귀국 비행기 안에 있을 것”이라며 “정말 천운(天運)이자 국운(國運)”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연설은 이 대통령이 26일 UAE로 떠나기 전에 녹음된 것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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