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 “내년 물가 오를까 걱정 … 부동산 투기 행위 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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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사진) 중국 총리가 외부의 압력에 의한 위안(元)화 절상은 절대 없다는 방침을 공식 확인했다.

원 총리는 27일 관영 신화통신과 송년 인터뷰에서 “위안화 절상 압력이 중국 경제가 내년에 직면할 중대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다방면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이날 인터뷰에서 원 총리는 경제와 민생 현안에 대해 중국 정부의 입장과 총리로서의 견해를 자세하게 밝혔다.

그는 “(일부 국가가) 한쪽에서는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다른 쪽에서는 각종 보호무역 조치를 중국에 취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원 총리는 인플레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표시했다. 그는 “석유·면화를 비롯해 국제 시장의 상품가격이 올라 국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통화량도 늘어 내년에는 물가가 꼬리를 치켜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값이 너무 빠르게 상승해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며 “(주택) 공급을 늘리고 투기를 부추기는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 총리는 금융위기를 겪는 와중에 중국 지도부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3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나는 예언가가 아니다”면서 “정말 혼비백산했던 한 해였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표면화된 지난해 9월 이전에 이미 위기 가능성을 감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던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 5월 초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서 상당수 기업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위기가 멀리 있지 않음을 직감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해 6월 말 중국 정부 지도자들이 대대적인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7월 초 우시(無錫)의 방직공장을 시찰한 원 총리는 이번 위기가 동부 연안의 수출 기업에 집중 타격을 줄 것으로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장 조사를 통해 중국 정부는 미국발 위기가 현실로 드러나기 전에 은행의 지불준비금 비율을 낮추고, 금리를 인하했으며 수출환급세를 인하해 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장 행정’을 중시해온 원 총리는 지난 1년간 중국 각지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36회나 현장을 시찰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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