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금융파업 '싸게' 치를 수 있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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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무더위가 무섭다. 그리스, 크로아티아 등 남동유럽지역에서는 지난 한주간 더위로 인한 사망자수가 70명을 넘어섰다고 외신이 전한다.

이번주 최대의 변수는 금융노조의 파업이다.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치솟듯, 은행 초유의 총파업 가능성도 치솟고 있다. 지난 주말 정부와 금융노조간의 협상은 실패했다. 관치금융 청산법은 만들고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은 연기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완강했다.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정부는 노조 달래기에만 열중했다.

일단 오늘 전개될 마지막 협상까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다. 막판 대타협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결과에 관계없이 은행 고객들은 파업 강행에 대비해야겠다. 여러 정보를 종합하면, 파업이 실행되도 기간이나 강도가 경제를 마비시킬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차제에 파업의 경제성을 생각해봄직 하다. 어떤 경제체제에서도 파업은 있다. 미국에도, 러시아에도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든 파업은 공짜가 아니다.

물리적 피해에다 정서적 후유증까지 계산해보면 가장 비싼 경제행위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파업을 피할 수 없다면, 비용을 가능한 덜 치르고 끝낼 방도를 생각해야할 것이다. 파업을 '싸게' 치러낼 수 있는 능력이나 성숙도도 경쟁력이다.

은행 파업이 조기에 수습된다면 금융시장에는 호재가될 것이다.

이미 국고채 금리가 지난주에 7%대로 떨어진데 이어 다른 금융지표들도 빠르게 안정될 것이며, 증시도 순항을 기대할만 하다.

신용도에 따라 편차가 심한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채권형 펀드 등 새상품들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주 내내 될듯 말듯 계속됐던 중국과의 마늘 협상은 오늘 마무리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주 해외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50만배럴 원유 증산 발표로 기세가 꺾인 국제 유가는 이번주에 내림세 가속화를 기대할 만 하다.

산유국들간에 이견이 있지만, 사우디 외에 아랍에미리트 등이 증산 대열에 동참할 경우 배럴당 30달러를 넘나든 유가는 다시 20달러대로 내려설 전망이다.

미국은 최근에 집계된 생산 및 고용관련 지표들이 경기 연착륙을 시사하고 있어 단시일내 금리 추가인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 일본의 금리 인상 여부가 관심이다.

지난주말 후쿠오카에서 만난 선진 7개국 재무장관들은 일본의 경기 회복을 한껏 부추겼다.

미국 경기가 식으면 일본이라도 살아나야 세계 경제가 그런대로 굴러간다는 논리다. 이들은 일본의 경기회복세를 지키기 위해 금리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일본 상품의 가격이 비싸지고, 따라서 일제와 경쟁하는 한국 상품에는 호재가 된다.

우리가 파업을 걱정하고 있는 동안 선진국들은 이처럼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손병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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