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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나라살림 200조원 처음 넘어…복지·국방·지방분권에 중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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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는 내년 예산을 발표하면서 성장과 분배를 고루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올해 복지예산을 늘리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줄인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예산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성장'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분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년 나라살림(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규모가 208조원으로 짜여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다. 올해(196조원)보다 6.3%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세금 들어오는 규모보다 돈 쓸 곳이 많아 나라살림은 내년에 8조2000억원의 적자를 내게 된다.

적자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다. 돈의 씀씀이가 커지다 보니 빚을 낼 수밖에 없어 내년에 나랏빚은 올해(204조5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244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도 일반회계는 올해보다 11조4000억원(9.5%) 늘어난 131조5000억원, 특별회계는 2조원(3.2%) 증가한 64조2000억원으로 확정됐다. 37개 사업성 기금의 사업비도 1조7000억원 늘어난 25조3000억원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내년 예산안과 기금운용 계획안을 발표하고 다음달 2일까지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 성장 강조와 분배 확충=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올해보다 14.3%나 늘려 15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SOC 투자는 1.7% 증가에 그친 가운데 무게중심이 도로에서 철도와 항만.공항 등으로 옮겨갔다. 인천국제공항에 2273억원이 투입되고 부산신항과 광양항에 각각 4482억원과 2735억원이 투자된다.

인력지원을 위해 보육투자비도 올해보다 50% 늘린 6000억원으로 확대한다. 분배 측면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올해보다 10.2% 늘린 25조3000억원을 지원한다. 이 중 저소득층 생활안정 지원금이 10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예산증가율로 보면 분배예산이 늘어난 폭이 경제성장용 예산이 늘어난 폭보다 작다. 하지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예산규모가 성장잠재력 확충에 들어가는 예산보다 10조원 이상 많다. 이 때문에 성장을 강조하지만 분배 쪽으로 무게중심이 좀더 쏠린 예산이라는 분석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국가예산을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으로 보면 안 된다"며 "정부는 성장도 추진하고 분배도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책정한다"고 말했다.

◆ 문제는 나랏빚=경제발전과 복지확충에 이어 자주국방 구축, 지방분권.균형발전 등에도 예산을 비중있게 배정하다 보니 쓸 돈이 모자란다.

내년에 자주국방과 남북협력 증진을 위한 사업에만 22조원(11.6% 증가)이 투자돼 국방예산이 처음으로 20조원대를 돌파한다. 최대 40억달러(4조8000억원)가 들어가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내년에 우선 1000억원을 배정했다.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해서도 36조1000억원(10% 증가)이 배정됐다.

이렇게 돈 들어갈 곳이 많다 보니 결국 정부는 빚을 낼 계획이다.

특히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공적자금 손실분 49조원을 국채를 발행해 메우는 중이라 나랏빚은 구조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내년에만 6조8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정부가 예상한 대로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5%가 되지 않으면 세금이 덜 걷혀 빚을 더 내야 한다. 이런 추세라면 2008년에는 나랏빚이 296조원이 된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나랏빚이 선진국과 비교해서 많지는 않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 김병일 장관은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할 나랏빚은 전체의 38%에 그치고 나머지는 외화자산과 융자채권 등을 갖고 있는 금융성 빚이라 우리의 재정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 일반회계=국가가 길을 만들고, 학교를 짓고 군대를 유지하는 등 기본적인 활동을 하려면 돈이 들어오고 나가야 한다. 이런 돈의 흐름을 정리한 정부 회계가 일반회계다. 국민이 국가에 내는 세금이 주요 세입(歲入)이 되고, 국가의 존립과 유지를 위한 기본적 경비가 주요 세출(歲出)이다.

◆ 특별회계=국가의 회계 중 특정한 세입으로 특정한 세출을 맡는 것. 정부가 특정사업을 운영하거나 특별자금을 보유하고 운용할 때 법률에 의해 특별회계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양곡관리특별회계.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등 22개의 특별회계가 있다.

◆ 기금=예산원칙의 일반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특정사업을 위해 보유하고 사용하는 자금. 국민연금기금.국민체육진흥기금 등 57개(운용 규모 320조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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