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올해 110만대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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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른장마 속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에어컨이 예상밖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국내 에어컨 제조업체는 1996, 97년에 이어 연간 판매량이 1백만대를 넘어서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에어컨은 '여름 한철 장사' 로 제조업체가 6월까지 생산하는데 올해는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7월인데도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에어컨은 전력 사용량이 전체의 5분의1에 이를 정도로 커 전력 수급과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쳐 관계부처가 긴장하고 있다.

◇ 없어서 못 판다〓에어컨 제조업체는 연초에 일찌감치 여름특수 물량을 합쳐 한해 수요를 점쳐 생산물량을 잡는다.

올초 업체들은 지난해보다 20만대 정도 많은 85만대 안팎으로 추정해 생산라인을 배치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 같으면 구입 여부를 망설이는 시기인 6월부터 주문이 몰렸다.

이 때문에 최근 유통 재고량(대리점 등에 유통되는 재고)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5~6일 분으로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지난해 같은 시기의 두배가 넘는 15만대를 팔았다.

지난 4일까지 예약받은 물량이 7만여대로 지난해 가장 많았던 7월 한달 판매량보다 많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원공장에서 당초 35만대 정도 생산할 예정이었는데 최근 50만 대 이상으로 늘려잡았다" 고 말했다.

LG전자도 당초 38만대 안팎으로 계획한 생산규모를 48만~55만대로 늘려 잡고 구미공장의 에어컨 라인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예년에 6월말이면 중단했던 에어컨 생산을 7월에도 계속하고 있지만 대리점이나 할인점에선 물건이 달려 못팔고 있다.

오는 17일까지 에어컨 신모델에 대한 바겐세일을 계획했던 서울 테크노마트 전자상가는 지난 6일 오후 물량이 동나 사실상 세일을 중단한 상태다.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가격이나 모델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달라는 고객이 많아 창고에 쌓아두었던 지난해 모델까지 동원했지만 이마저 2~3일 안에 바닥날 것 같다" 고 말했다.

용산전자상가 관계자도 "인기가 있는 15~23평형 모델의 경우 지금 주문하면 보름 내지 3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 고 말했다.

◇ 에어컨의 경제학〓에어컨은 보통 선풍기보다 무려 30배 이상 전기를 소비한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의 보급이 급증하면서 전력사용량이 지난달 19일(3천7백86만1천㎾) 99년 최고기록을 깼다. 예년에는 8월에 전력사용량이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전력 이상철 수요예측부장은 "올해도 에어컨 등 냉방용 전력 사용량이 96, 97년에 이어 20%를 넘어설 전망" 이라고 말했다. 이는 산업용 전력(60%)에 이어 그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산업자원부 전력산업과 정태윤 사무관은 "냉방기가 몰려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 전력 사용이 급증하고 있어 다른 지방에서 전기를 끌어쓰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전력 수요가 많은 7, 8월에는 전기요금(사용량 요금)이 다른 계절보다 50% 정도 비싸 사용자의 부담이 더 커진다.

냉방기를 집중 사용하는 최대 부하시간(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5시)의 전력사용량이 전기를 덜 쓰는 시간대(오후 10시 다음날~오전 8시)보다 최대 50%까지 많다.

삼성전자 에어컨 개발팀의 윤백 부장은 "에어컨을 가동할 때 선풍기를 같이 사용하면 찬 공기의 순환을 도와 희망 냉방온도 도달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또 외부 공기와의 밀폐를 확실히 하면 할수록 냉방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냉방기 가동 전에 이중창문을 꼭 닫거나 단열재를 보강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전국의 실내 난방 온도를 1도만 높이면 84만㎾의 전력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를 건설할 수 있는 비용(약 1조7천억원)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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