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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학교운영위 졸속구성 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가 졸속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사립 중·고교는 8일로 정해진 교육감 선거인단(학운위 위원 전원 참여)구성 시한을 앞두고 서둘러 학운위 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정상 절차를 무시해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월 말 사립학교 학운위 설치 의무화 및 구성방법 등 규정이 확정됐으나 사립법인들은 구성을 반대해 관련 정관(定款)개정을 미뤄왔다. 교육감 선거를 코 앞에 두고서야 정관 변경을 위한 인가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 3일에야 1백58개 법인 중에서 96개만이 정관 개정 인가를 받았다가 4일 하룻동안 29개가 부랴부랴 인가를 받았다.

◇ 절차 생략〓 '내일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 선거를 위한 후보자 등록이 있으니 참조하세요'.

서울 S여중은 지난 4일 종례시간에 이런 가정통신문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5일 오후 4시까지 학운위 학부모 위원 등록을 마칠 것을 안내했다.

학운위 선거 홍보와 등록까지 1주일 가량의 기간을 두는 절차를 생략한 것. 학교측은 "교육청에서 8일까지 학운위 구성을 하라고 공문을 보내 충분한 홍보기간을 두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 학교는 그후 학부모 위원 전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서울 D고는 법인 정관 개정 이전에 선거 규정도 마련하지 않은 채 학부모 위원을 선출한 경우. 학교측은 "선거 후 곧바로 정관을 개정했고 선거규정도 마련했다" 고 해명했다.

◇ 교장 입김〓서울 M중은 교직원 투표에서 교원위원 후보로 최고 득표한 교사가 탈락했다. 서울 S중의 경우도 교직원 투표에서 최고득표를 한 1, 2위가 모두 학운위원이 되지 못했다. 교장이 득표 수가 적게 나온 부장교사들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교직원 회의에서 추천한 사람 가운데서 학교장이 위촉한다는 조항을 교장들이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M중 교사들은 지난 4일 정문 앞에서 "민주 절차를 무시하는 교원위원 선출을 철회하라" 며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밖에 H·S·C·M·N·J고교의 경우 정관에 '교직원 회의에서 교원 위원의 3배수를 추천받아 이 중에서 학교장이 위촉한다' 는 조항을 넣는 등 교장의 재량권을 늘려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사립위원장 박상준 교사는 "교육당국이 사립학교의 학운위 구성을 방치했다가 교육감 선거가 임박할 때 서둘러 구성하도록 요구해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고 주장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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