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입술 터진 보람이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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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입술은 쩍쩍 갈라지고 터져 있었다. 27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아부다비 힐튼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찾은 이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내 입술이 터진 보람이 있네”라고 말했다. 수주에 성공한 한전 김쌍수 사장에겐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국민에겐 “그 어려웠던 한 해가 가기 전에 기쁜 소식을 전하게 돼 무척 감격스럽다”고 했다. 또 “원전 30년 역사 동안 원천기술과 해외 진출이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늘 실패를 거듭해 왔지만 이제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가 있다”고 기뻐했다.

원전 수주를 위한 이 대통령의 1박2일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은 녹록지 않았다. UAE의 초청은 한국의 수주가 이미 9부 능선을 넘은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판도가 돌변할 수 있는 중동 수주전의 특성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26일 도착 직후 공항에서 이뤄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자와의 만남은 원전 수주를 확인받는 ‘최종 관문’이었다. 이후에야 이 대통령의 표정이 펴졌다. 왕세자의 공항영접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형제국’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50년, 100년 후 오늘을 돌아볼때 UAE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 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양국 간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UAE 측이 보여준 의전은 파격적이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수행했다. 이 대통령의 숙소는 왕궁으로 쓰려고 건설된 영빈관이었다. UAE는 이웃 아랍국 정상들에게만 제공하는 ‘로열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이 대통령을 위해 내놓았다.

이 대통령도 UAE의 파격 의전에 화답했다. 그는 27일 할리파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의 부친인 자이드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자이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7회나 연임하며 UAE 근대화를 주도했다. 이 대통령은 자이드 전 대통령이 인도의 타지마할을 모델로 만든 이슬람 사원 ‘그랜드 모스크’도 시찰했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건설을 주도한 아부다비 내 ‘탄소 제로 도시’도 찾는 등 ‘스킨십 외교’를 펼쳤다. 이 대통령은 28일 귀국한다.

아부다비=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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