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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환의 마켓 뷰] 경기회복 ‘훈풍’과 출구전략 ‘한풍’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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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올해 세계 경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위기 극복 과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다.

내년의 초점은 세계 경기의 ‘지속 가능한 성장’ 여부다. 특히 신흥시장과 선진국이 회복의 속도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금융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올해는 선행지표에 연동해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였다. 내년은 선행 지표의 영향이 둔화하면서, 대표적인 후행 지표인 고용·소비 관련 지표의 개선 여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내년 세계 증시 흐름을 예상해보기 위해서는 다음의 항목을 꼭 점검해야 한다.

첫째,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다소 인위적이었던 정부 중심의 소비와 투자가 민간의 자연스러운 설비투자와 가계소비로 연결돼야 한다. 신흥시장과 달리 선진국의 소비 회복이 늦어지면 정책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은 금융 시장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대출 정책 변화, 미국 고용 시장의 회복, 미국 가계 소비 여력의 회복, 미국 정책금리를 결정할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국제 자금 이동 축의 변화 여부다. 최근 시장은 수익이 있는 쪽으로 언제든지 자금이 이동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원유를 비롯해 귀금속, 일부 금속 원자재 가격의 회복 과정이 그랬다. 중국·브라질·러시아·한국 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신성장 동력의 마련 여부다. 녹색성장이라는 틀 안에서 신재생에너지·전기자동차·2차전지·발광다이오드(LED)·스마트그리드 등 수없이 많은 테마의 연속으로 이어져 왔던 세계 증시는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 마련에 분주하다.

마지막으로 자산 가격의 적정성 여부다. 투자 자산 간의 균형 유지라는 이상적인 흐름과 달리 실제 금융 시장에서는 항상 거품과 역거품(디밸류에이션) 현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가계 부채의 수준과 상환 능력에 맞물려 자산 가격은 변동할 수밖에 없고, 체감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이(스프레드)로 인해 투자 자산에 대한 요구 수익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2010년 세계 증시는 신흥시장의 회복세가 선진국으로 확산되는 선순환 전망과, 자산 거품 논란에 따라 출구전략을 밟아갈 것이라는 악순환적 우려의 상충 작용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금융 시장의 흐름은 다소 불확실하다 하더라도 적정 수익성 확보를 위한 투자 대안의 마련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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