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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청주 하복대 택지개발지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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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북 청주시 비하동 S아파트의 李모(37.여)씨는 얼마전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로부터 곤혹스런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

질문은 인근 하복대 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서는 멋진 건물들이 도대체 뭐냐는 것이었다. "여관" 이라고 무심코 대답했던 李씨는 "그럼 여관이 왜 그렇게 많이 생기느냐" 는 이어진 질문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비하동의 하복대 택지개발지구내 상업지구가 처음부터 러브호텔로 채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2백여m 떨어진 강서초교학부모들과 인근 강서.비하동 아파트 주민들의 우려와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4일 토지공사 충북지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건물신축이 시작된 하복대지구 상업용지는 전체 65필지에 1만4천7백65평으로 1998년부터 분양이 진행돼 이 가운데 39필지 7천6백33평이 팔렸다.

그러나 지금까지 신축됐거나 신축 중인 건물은 모두 15동으로 여관 일색으로 이른바 '여관촌' 을 연상케 한다.

더구나 이곳은 대형 쇼핑시설이나 오피스빌딩은 신축 계획이 아직 없고 상권형성이 안돼 땅주인들이 바로 인접한 기존 가경동 상권에서 '노다지 사업' 으로 입증된 여관 신축에 매달릴 공산이 크다.

특히 이들 여관은 다른 건물이 없어 눈에 잘 띄는데다 독특한 모양과 화려한 색상으로 시선을 끌고 있어 인근 주민과 어린이들의 정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단독주택용지를 분양받은 주민들은 밤새 반짝이는 네온사인 등으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를 우려, 건물신축을 망설이고 있다.

또 오는 9월 개교 예정인 초등학교 학생들이 여관촌을 늘 바라보며 등하교할 수밖에 없어 학부모들이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직선거리로 2백여m 떨어진 강서초교도 곧 학교운영위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복대동 P아파트의 金장섭(44)씨는 "다른 건물도 없이 여관만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다 보니 마치 당국이 여관촌 조성을 조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상업지역이어서 여관신축을 규제할 수 없다" 며 "근린상가시설이나 업무시설 등도 함게 신축되고 나면 부정적 여론이 줄어들 것" 이라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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