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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수요 갈수록 늘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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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간병인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업소개소에는 간병인을 찾는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 이상 걸려오고 있고, 간병인을 알선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10여개 이상 개설됐다.

뇌졸중이나 치매 등 하루종일 병 수발이 필요한 환자는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이들을 돌볼 일손은 크게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병인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큰 불만사항은 적절한 간병인을 제 때 구할 수 없다는 것. 간병인을 교육하는 기관은 물론 대표성을 띤 간병인협회 조차 없다.

대부분 직업소개소를 통해 간병인을 구하거나 병원에서 알선한 사설 간병인단체에서 간병인을 소개받는 것이 고작이다.

뇌졸중으로 드러누운 부친을 간호하기 위해 간병인을 찾는 회사원 김모씨(37.강남구 포이동)는 "사설기관을 통해 소개받았으나 등을 쳐서 객담을 배출시키거나 욕창방지를 위해 자세를 바꾸는 등 기본적인 처치도 제대로 못해 다른 간병인을 구하고 있는 중" 이라고 털어놨다.

웃돈을 요구하거나 불만을 품을 경우 불시에 그만두는 등 책임있는 간병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 교통사고로 척수손상을 당해 하지마비에 빠진 남편을 둔 보험회사 직원 이모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씨는 "원래 약속과 달리 1주일에 하루 쉬는 것은 관행이라며 웃돈을 요구해 거절했더니 예고없이 환자를 방치한 채 그만두는 바람에 대소변으로 사타구니에 염증이 생겨 낭패를 봤다" 고 말했다.

현재 통용되는 비용은 12시간당 3만원이나 숙식을 같이 하는 24시간일 경우 5만원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구실을 붙여 웃돈을 내는 경우가 많다.

가정 간병인 외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병원 간병인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2백여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호자의 55. 4%가 간병인이 자주 외출하는 등의 문제로 간병인 교체를 요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환자의 질환이나 사생활에 대한 누설(21.9%), 간병인의 과실로 인한 시설물의 파손(18.1%)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병인은 간병인대로 할 말이 많다. 간병인 이모씨는 "대소변을 치우거나 옷을 갈아입히는 것 외에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넣어주는 등 의료인이 해야할 일까지 떠맡아야 하는 과중한 일에 시달리고 있다" 고 말했다.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정주부들이 간병인 단체에 등록해 1~2주의 교육을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는 것. 게다가 등록비로 20만원, 매달 4만원씩 알선업체에 내고 나면 별로 남지 않는다는 것이 간병인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에서 검토중인 간병사 제도. 3개월 훈련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병사 제도는 25만명에 달하는 간호조무사들이 있는 등 잉여인력이 넘치는 국내현실을 감안할 때 불요불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박사는 "기존 간호조무사를 간병인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이라며 "간호조무사들의 일당이 2만원 수준이므로 이를 전액 환자부담으로 돌려도 현재 간병인을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낮다" 고 강조했다. 일원화된 등록센터를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황박사는 "주먹구구식으로 널려 있는 기존 간병단체들을 하나로 통합해 필요한 환자나 보호자에게 알선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고 설명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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