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생활 바로 보기] 가정과 부부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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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북한에서 혼외정사를 '부화사건' 이라 한다. 이것이 문제가 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재판을 받거나 법적 절차에 따라 이혼하기도 한다.

그런데 남자가 그랬을 경우 주위의 '야유' 로 그치지만 여자가 일을 저질렀을 경우 용서가 안된다(70%)는 것이 북한의 통념. 체제는 달라도 생각은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북한의 가족생활은 대체로 보수적인 경향이 짙다.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하며 부부관계도 주도권은 남편에게 있는 등 가부장적 사회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것.

서울대 이기춘 교수팀이 탈북자 1백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남아 선호의식 조사를 위해 '딸이 두 명 있을 때 아들을 더 낳겠느냐' 고 물었다.

그 결과 '그렇다' 가 56%. '남아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승계개념(76%)이 단연 높았으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11%), 부모의 노후 보장(7%)등이 뒤를 이었다.

북한의 부부관계는 성역할이 분리된 특징을 보인다. 응답자의 61%가 '부부간의 역할 구분이 뚜렷하다' 고 답하고 있다.

남편의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가족의 부양(54%), 집안 수리(85%), 연탄 찍기(84%)였으며 부인의 일로는 자녀돌보기(67%), 생활비관리(75%), 집안 청소(72%)등을 꼽았다.

또 집안 중대사의 결정은 '남편이 전적으로 결정한다' 가 39%, '남편이 주로 결정하되 부인과 상의한다' 가 43%로 남편의 권위가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탈북자들에게 '집에서 폭력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 고 물었더니 50%가 '그렇다' 고 답한 것은 눈길을 끄는 부분. 주로 가정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지만 부부폭력의 경우 여성들이 참는다고 답했다.

이순형 서울대 교수는 "북한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서적인 유대관계(54%)로 나타났다" 며 "이런 응답이 사회주의적인 동지로 결합(31%)했다는 답보다 높은 것으로 보아 이념이 인관관계까지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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