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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기획예산처, 공교육 지원방식 논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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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교육 현안을 놓고 주부 부처인 교육부와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예산처간 신경전이 날카롭다.

교육부가 과외해금 이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2004년까지 3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신경전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교육부의 요구 액수가 엄청나다보니 해마다 예산 편성을 앞두고 부처와 예산당국간에 벌어지는 통상적인 줄다리기와는 양상이 다르다. 설득이나 통사정보다 아예 언론기관.시민단체를 상대로 공격적인 홍보전까지 펼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교육세의 증세 필요성을 홍보하는 자료를 만들어 언론기관과 시민단체에 "교육세의 증세가 이뤄지지 못하면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더 이상의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 고 설득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신문 지상을 통해 "왜곡된 교육시스템을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 고 주장하고 나섰다.

◇ 공교육 개선을 위한 교육 투자〓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교육부나 기획예산처 모두 공감하고 있다.그러나 접근 방법은 다르다.

교육부는 최근 발표한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육재정 확보 대책안' 을 통해 "현재 교육은 19세기 초 산업 사회의 싸구려 교육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초등 35.4명→31.4명, 중학 38.9명→33.9명, 고교 46.2명→39.7명)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1천1백91개 학교를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세를 연간 1조6천억원씩 2004년까지 6조4천억원을 더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교육세 증세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라는 입장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극히 제한돼 있고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수가 과다하며 교과과정이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행 교육구조 및 시스템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교과서는 검인정제로 운영되고 있어 전국의 학생들이 똑같이 배우고, 교과서 개편도 5~6년 만에 한번씩 이뤄져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 사이클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점도 일일이 지적하고 있다.

◇ 교육세 증세〓교육부는 국세.지방세 11개 세목에 붙는 목적세인 교육세 중 7개 세목에 대한 세율 조정안을 이미 내놓은 상태다.

'디스' 담뱃값(1천1백원)에 포함된 담배소비세(4백60원)에 붙는 교육세를 40%(1백84원)에서 60%(2백76원), 5백㎖ 맥주값(공장 출고가 기준 9백98원30전)에 포함된 주세(4백18원30전)의 30%에서 40%로 올리자는 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세 증세액은 대부분 학교를 짓는 데 사용하게 된다" 고 밝혔다.

기획예산처의 생각은 다르다. 학교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지역은 서울과 6대 광역시, 그리고 경기도인데 이 지역에서 거둬들이는 교육세 징수액 규모는 연간 69%다.

따라서 나머지 31%는 학교 증설 필요가 없는 지역에서 징수해 서울 등 특정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에 사용한다는 결론이 나와 '수익자 부담 원칙' 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교육세가 붙는 11개 세목 중에서 담세자와 납세자가 일치하지 않는 간접세가 담배소비세.주세 등 5개이고 여기서 거둔 세액도 전체 교육세 징수분의 절반을 넘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담배와 술을 마시는데 빈부와 상관없이 거두는 교육세를 증액할 경우 '소득재분배 효과' 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고 밝혔다.

◇ 교육.일반자치 통합〓교육부는 정부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교육.일반자치 통합안에 대해 "결사 반대" 라는 예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통합안에 따라 폐지되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위원회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여는 등 들썩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2002년부터 선출직 시.도 교육감을 부지사나 부시장급으로 자치단체 조직안에 편입하고 시.도교육청의 예산.조례를 심의하는 현행 교육위원회를 없애며 교육재정을 지자체의 일반 회계에 편입하는 통합안이 추진되고 있다" 고 말했다.

교육부가 통합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당에 소속된 시.도지사가 교육에 개입할 경우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 또 지자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가 59.4%에 불과한 실정에서 지자체가 교육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워 교육 개선이 불가능해진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자체가 교육에 일정부분 역할을 해줘야 한다" 는 선에서 통합을 거론하고 있다.

과밀학급.컨테이너 교실 문제가 심각한 경기도의 경우 교육 예산이 전체 도예산의 0.8%에 불과하고 대구.인천 역시 지하철 1㎞를 건설하는 예산보다도 교육예산이 적은 실정을 거론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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