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과 자살 실패 30대 집행유예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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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으로 들떠있던 시간에 金모(32.무직)씨는 자신의 강원도 동해시 K아파트에서 네살배기 아들과 두돌된 딸을 재운 뒤 동반자살을 기도했다.

아내가 독약을 마시고 먼저 세상을 뜬 지도 석달이 지났다. 자신이 운영하던 카센터가 경험 미숙으로 부도나고 은행 대출금 8천만원도 갚을 방도가 없어진 것을 비관한 탓이었다.

결국 金씨는 연탄 두장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불을 지핀 뒤 아이들 옆에 누웠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 金씨 가족과 가까웠던 이웃이 金씨 아이들에게 선물이라도 주려고 들르면서 동반자살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막내딸은 병원에서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초 살인 및 살인미수죄로 구속 수감된 金씨에게 1심 재판부는 "아이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金씨의 선택은 용서할 수 없다" 며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吳世立부장판사)는 '남은 아들이라도 제대로 키우겠다' 는 金씨의 눈물어린 소망을 받아들여 金씨를 아들에게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2일 "金씨가 아들 부양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을 감안, 법의 한도에서 최대한 선처한다" 며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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