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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거래 늘자 세일즈맨 설 땅 잃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1995년부터 전주 H자동차 J영업소에서 판매사원을 해온 姜모(34.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씨는 현재 다른 직업을 찾고 있다.

매년 40여대를 팔며 2천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아오던 姜씨가 전직을 생각하게 된 것은 98년부터. IMF사태에다 활발해진 전자상거래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싼 값에 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姜씨는 차 한대도 팔지 못하고 공치는 달이 많아졌다.

지난해에는 겨우 5대를 팔아 기본급 등을 합쳐 5백만원에도 못미치는 수입을 올렸다.

姜씨는 " '디지털 충격' 까지 겹쳐 98년 20여명이던 영업소의 판매직원들이 지금은 10명도 채 안된다" 고 말했다.

소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상품을 파는 세일즈맨이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설자리를 잃는 '디지털 실업' 현상이 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생활설계사(보험 모집인)수는 올 3월 24만1천명에서 4월엔 22만6천여명으로 한달간 무려 1만5천명이 줄었다.

이는 보험사 인수.합병과 자체 구조조정이 활발했던 지난해 생활설계사 감소분의 3배나 되는 수치다. 감소세는 5, 6월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4월부터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보험가입 권유가 법적으로 허용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생보업계는 한 관계자는 "대세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 현재 성업중인 10여개 인터넷 자동차판매 사이트들은 파격적 할인조건을 내세우며 오프라인 상의 영업사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들은 최근의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H자동차 대리점을 하고 있는 鄭모(35)씨는 "IMF가 한창일 때도 한달에 2~3대는 팔았는데, 지금도 3~4대에 그치고 있다" 고 말했다.

디지털 실업현상은 최근 사이버 거래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증권사에까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98년말 3.7%에 불과하던 사이버 주식거래 비중은 최근 60%에 육박, 증권사 객장직원들은 자신들의 입지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G증권사 김영미(33)대리는 "사이버거래의 증가로 채권거래나 법인 담당 등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동료들이 많다" 면서 "오래지 않아 객장에서 주식거래를 상담하는 직원들을 보기 힘들어질 것같다" 고 말했다.

허의도.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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