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상호 '연어'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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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머리에 쇠똥도 다 벗겨지기 전에

어머니, 저는 당신의 품을 벗어나

그저 물살이 이끄는 대로

아주 멀리 멀리 떠나갔습니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없는 세상으로

즐거운 마음 하나 간직하고

그저 바람이 떠미는 대로

옷자락을 펄럭이며 날아갔습니다

갈 수 있는 한 아주 멀리

어머니의 꾸중이 없는 곳으로

떠나 가리라 다짐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 이상호(46) '연어' 중

아들은 돌아가고 싶다. 연어가 남대천에서 알을 깨고 나와 태평양을 떠돌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듯 어머니를 떠나온 아들은 그 품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노을녘이면 대문 앞에 나와 기다리는 어머니. 왜 나는 어머니의 곁을 떠나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아무리 멀리 물살을 헤치고 나갔어도, 넓은 바다를 만났어도, 어머니의 품안은 벗어날 수 없는 것. 연어의 회귀가 아프구나.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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