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계열분리 신청 무기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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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가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려던 계열분리 신청을 무기연기했다.

자동차 소그룹은 그룹에 남고 건설.상선 등 주력을 분리한다는 계획에 정부가 '편법으로 국민과 정부를 우롱하는 처사' 라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현대그룹의 계열주(동일인)가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에서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이사회장으로 바뀌었다고 통보, 鄭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정리없이 계열분리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현대가 상반기 중 계획한 계열분리는 어렵게 됐으며, 계열분리 및 지분정리 문제를 놓고 정몽구(鄭夢九.현대차 회장).몽헌 형제간 다툼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29일 증시에서는 현대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떨어지는 등 시장에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강경한 정부 입장〓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현대차 지분을 3% 아래로 낮춰 현대차를 계열분리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 고 강조했다.

田위원장은 "현대의 역계열 분리방안은 공정거래법에 어긋난다" 며 "鄭전명예회장이 지분을 당장 줄이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한 계열분리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검토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공정거래위는 자산규모가 작은 자동차 소그룹(26조원)이 그룹에서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 자산총액은 64조원).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 장관도 "현대차가 현대계열로부터 분리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 일단 후퇴한 현대〓현대는 6월내 계열분리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 29일 신청서를 내려다가 정부의 입장이 강경해 일단 신청을 연기했다.

현대는 鄭전명예회장 등 결정권을 가진 핵심인사들이 방북 중이어서 이들이 돌아오는 30일 이후 새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부와 현대자동차가 鄭전명예회장의 지분을 매각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고 말했다.

鄭전명예회장의 지분 매각은 본인의 결심에 달린 것으로 그룹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 우려되는 형제간 다툼〓자동차 경영권을 놓고 새로운 분쟁 가능성이 생겼다.

역계열분리를 추진하는 배후에 정몽헌 회장 계열의 자동차 경영권 장악 의도가 숨어 있다고 현대차쪽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측이 자동차 지분을 매수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 라고 일축했다.

김시래.이정재.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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