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감님, 교장도 교복 입는 학교도 있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교복을 입은 봉일천고교 임봉규 교장(왼쪽에서 다섯째)이 남녀 1학년생들과 손을 잡고 교정을 거닐고 있다.[김경빈 기자]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에 있는 봉일천고교 임봉규(57) 교장은 교내에서 학생들과 똑같이 교복을 입는다. 임 교장은 출근하면 한자 이름의 명찰과 학교 마크가 달린 교복으로 갈아입고 업무를 본다. 학생조회는 물론 입시설명회·학부모 총회를 비롯해 모든 교내 행사에도 교복을 입은 채 참석한다. 점심시간에는 교복 차림으로 학생급식실에서 직접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은 뒤 학생·교사들과 어울려 식사한다. “제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효율적인 교과·진학 지도를 하기 위해 교복을 입는다”고 임 교장은 설명했다.

‘교복 입는 교장선생님’이 서울 근교의 한 신생 고교에 작은 교육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2007년 3월 개교한 봉일천고는 서울 구파발, 경기도 고양과 인접한 지역에 있어 주변의 아파트 단지와 농촌마을 출신 학생들이 뒤섞여 있다.

내년 2월 첫 졸업생 264명을 배출하는 이 학교는 올 대학입시 수시모집에서만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서울의 21개 4년제 대학에 48명을 합격시켰다. 또 한국항공대·인하대 등 수도권 주요 4년제 대학에도 16명이 입학한다. 3학년생 네 명꼴에 한 명(264명 중 64명, 24.2%)이다. 조만간 발표되는 정시모집 합격생까지 합치면 이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이런 배경에는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에 나선 임 교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개교와 함께 부임한 임 교장은 지역의 열악한 사교육 여건과 경제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덜어주기 위해 공교육 정상화에 주력했다. 개교 직후 학생들의 교복 착용을 의무화했다. “사복 착용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선배가 없는 썰렁한 신생 고교에 일체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교내에서 실비로 이뤄지는 방과후 학교도 도입했다. 7교시 정규수업 후 오후 4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수능 위주의 방과후 수업을 운용했다.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 전교생 중 80%가 남아 언어·수리·외국어·탐구영역 등 5개 과목에 대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받는다. 외부 강사가 가르치지만 학교에서 수업료의 60%를 보조해 학생들의 비용부담은 과목당 월 8000원에 불과하다. 저녁을 마치면 오후 7시20분부터 9시까지는 교사의 지도 아래 자기주도학습을 실시한다. 오후 10시 이후엔 120석 규모의 학교 독서실에서 밤 12시까지 자원봉사 학부모들과 함께 심야자율학습이 이어진다. 토·일요일 주말에는 시중 유명 강사를 불러 과외 및 학원 공부를 대체할 수 있는 주말틈새학교를 열었다.

학생들은 주말을 포함해 하루 종일 학교에서 지낸다는 얘기다. 사교육을 받을 틈도 필요도 없게 학업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수시모집 전형에서 서울대 인문학부에 합격한 이옥지(18·3년)양은 “매일 밤 12시까지 학교에 남아 방과후 수업 등 보충수업을 한 덕분에 과외를 한번도 받지 않고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됐다”며 “방과후나 쉬는 날에도 학교에 나오는 교장선생님과 선생님의 열성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전인교육에도 남다른 노력을 쏟고 있다. 전교생에게 사물놀이·댄스·비보이·가야금 등 ‘1인 1특기교육’을 하고 있다. 매년 1학년생 전원에게 음성꽃동네에서 2박3일간 봉사활동을 하도록 한다. 보충수업과 같은 교과 외 학습에서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 임 교장은 “학생들에게 완전한 선택권을 주면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 참가율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학력 신장도 꾀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복 착용과 두발 규제는 교육현장에서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