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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낙하산 잡음 걷고 첫 민간 자율 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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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3일 한국거래소 주주총회에서 이사장 후보로 결정된 김봉수(56·사진) 키움증권 부회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 금융위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개인적 포부나 거래소 운영방안을 밝힐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할 일이 많다. 거래소의 개혁 방안이나 선진화 방안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다”고 밝혔다.

충북 괴산 출신으로 청주고·고려대(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6년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한 이후 33년간 한 우물을 팠다. 99년 키움증권의 창립 멤버로 참여한 그는 2001년 3월부터 올 4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아 키움증권을 주식위탁 부문 시장점유율 1위 회사로 키워냈다.

투표에 참석했던 한 중견 증권사 사장은 “김 후보가 60.25%란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것은 증권시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정통 증권맨이란 점과 중소형 증권사의 절대적인 지지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출은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다. 김 후보를 비롯해 경선에 참여한 최종 후보 3명은 물론 공모에 참여한 전체 인사가 모두 민간인 출신이었다. 공무원을 배제하겠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민간 출신을 선호한다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 후보를 임명하면 그는 2005년 통합 거래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민간 출신 이사장이 된다.

선출 방식에도 주주들의 투표라는 이례적인 제도가 도입됐다. 지금까지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면접에서 세 명의 후보를 걸러내면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를 뽑아 이를 주주총회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의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정부가 지원하던 금융권 인사가 세 배수 후보에도 들지 못했고, 공직 출신으로 당시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이었던 이정환씨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그 다음부터 거래소는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는 등 혹독한 외풍에 시달렸다. 결국 이 전 이사장은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겨둔 지난 10월 이사장 직을 중도 사퇴했다.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주주총회에서의 경선투표다. 지분을 가진 증권사와 중소기업진흥공단·금융투자협회 등 42개 주주기관 중 41개 기관의 대표자들이 투표해 참석해 이사장을 선출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관련 법엔 주총을 거치도록 했을 뿐 경선투표에 관한 내용은 없다”며 “그러나 최대한 공정성을 기한다는 취지에서 주주들의 투표로 이사장을 결정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3명의 최종 후보가 선정된 이후 임명권을 쥔 청와대 내에서 선호 후보가 엇갈린 것도 경선투표를 도입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의 수장에 성큼 다가섰지만 김 후보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거래소가 올해 초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심각해진 내부 분열을 통합하는 게 급선무다. 유가증권·코스닥 등 통합 이후 도입된 본부제도 여전히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의 국제경쟁력 강화, 수익처 발굴 등도 과제다.

김준현·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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