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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5주년 기념콘서트 여는 조영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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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가수.화가.작가로 활동해온 조영남. 가수 데뷔 35주년을 맞은 것도 "사람들이 알려줘서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왔다. 배경은 자신이 그린 그림. 김춘식 기자

"(늙었다고 광고하는 것 같아) 35년이란 게 유쾌하진 않지만 우리나라에선 (5의 배수 단위로) 그런 걸 붙여야 흥행이 된대요. 공연기획사 측에서 그러더라고요. 난 악기(목)가 상해 40주년 공연은 못할 테니 이번이 비공식 은퇴 공연인 셈이지."

내달 5~6일 세종문화회관서

가수 겸 화가 조영남(59). 그가 번안곡 '딜라일라'를 발표한 게 1969년이다. 다음달 5~6일엔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린다(02-749-1300).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조영남 특유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말의 향연이 펼쳐졌다.

조영남은 자기 노래 하나 없이 35년을 버텼다는 말을 듣는다. 사실 대부분의 노래가 팝송 번안곡이다.

"당시엔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정규 앨범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저작권료를 소급해서 내라고 하면 아마 당장 파산할 거다."

창작곡으로는 유일하게 뜬 노래가 '화개장터'다.

"김한길(국회의원)이 만들자고 했다. 사실 만들고 보니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우린 '사랑 없인 못살아'가 히트할 줄 알았다."

그러더니 옆에 놓인 기타를 집어들고 '사랑 없인 못살아'를 부르기 시작한다.

'밤 깊으면 너무 조용해/책 덮으면 너무 쓸쓸해…'

그는 이번 공연에서 북한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 미발표곡인 '김군에 관한 추억'도 부를 생각이다. "마지막이니 부르고 싶은 노래는 부르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김군에 관한 추억'은 그가 미국에 있을 때 친구 김민기(학전 대표)가 죽었다는 헛소문을 듣고 애도하며 만든 노래다.

"한국에 와 보니 그 친구가 살아 있더라. 나보다 더 오래 살 것 같다. 이번에 안 부르면 영영 발표 못할 것 같다."

그러더니 다시 노래하기 시작한다.

"가 버린 내 친구여/세상 사는 게 싱겁다던 친구여/내 친구여"

그는 "가수가 인터뷰 도중 노래 부르는 건 한국, 아니 세계 최초일 거다. 오죽하면 그러겠느냐"고 말한다. 농담을 던지다가도 "마지막 무대라는 것만 생각하면 우울하다"고 했다.

"아름답게 꺼져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잘 될지…. 후회가 막심하다. 그림 잘 그리면 노래 잘하는 데 도움 되고, 글 잘 쓰고 깊이 생각하면 노래와 그림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했는데…. 노래를 너무 소홀히 취급한 것 같다."

"아름답게 꺼져가야 할텐데…"

그래도 조영남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만만치 않은 저력이랄까, '내공'이 느껴졌다. "팬들에게 한없이 고마울 뿐입니다. 추후엔 이런 민폐 다시는 안 끼쳐 드리겠습니다."

이경희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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