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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문화] 가을 깊어가는 뉴욕 거리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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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톰 오토니스의 ‘거리 조각전’이 뉴욕의 가을을 즐겁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먹이사슬을 풍자한 ‘진짜 세상’(上)과 돈자루처럼 보이는 ‘왕과 왕비’.

조석으론 제법 두툼한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미국 뉴욕은 가을 '내음'이 짙어가고 있다. 사시사철 갖가지 문화행사와 전시회로 붐비는 곳이지만 역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이 즈음이 '문화'를 즐기기에 최상이다. 브로드웨이 플리머스극장에선 '브루클린'이란 새 뮤지컬이 23일 전문가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프리뷰(일반 개막은 10월 21일)의 막을 올렸다.

새 단장을 위해 퀸즈로 이사갔던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오는 11월 20일 3년간의 증축공사를 마치고 맨해튼 한복판 53가로 돌아오기 위해 막바지 손질이 한창이다. 퀸즈 MoMA는 '사소한 걸작전'등 현재 열고 있는 5개 전시회를 이달 27일까지 모두 마치고 본격적인 이사작업에 들어간다.

20년 만의 최대 야외조각전

무용이나 뮤지컬 등 실내행사도 좋지만 역시 뉴욕의 가을은 바깥이 제 맛이다. 센트럴파크 서남쪽 모서리인 콜럼버스 서클(59가)에서 브로드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168가까지 야외 청동조각 전시회가 열리는 것도 그런 맛을 더해준다. 톰 오토니스(52)의 작품 25점이 몇 블록씩 적당한 간격을 두고 손님을 맞고 있다.

지난 20일 개막해 오는 11월 22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1984년 영국의 거장 헨리 무어 이후 거리 조각전으로 최대 규모라고 한다. 대부분 애호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두달간 빌려다 놓은 것인데, 147가에 자리잡은'천막 단 대형마차'는 올해 완성한 작품이다.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뉴욕시 공원관리국과 말버러 갤러리는 "가을을 맞아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브루클린에 20명의 직원을 둔 철공소 같은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오토니스는 "뉴욕 시민.관광객들과 '현대의 동화'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전문가의 설명이 필요없다. 64가 링컨센터 앞 단테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서 잠자고 있는 '개구리 왕자'의 널브러진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103가에 놓인 '왕과 왕비'의 얼굴은 이목구비도 없는 돈자루다. 보통 높이가 2~3m이지만 '도망가는 다리'(72가)는 6m45cm에 달한다. 도망치는 사람의 작은 얼굴에 다리를 극단적으로 길게 표현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선 대부분 91가에 놓인 '부동산과 돈의 결혼'에서와 같이 풍자와 위트가 배어나온다.

오토니스는 뉴요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조각가다. 한번만 보면 그의 작품인 줄 알 수 있는 9개의 작품이 맨해튼 다운타운에 널려 있다. 그 중에서도 지하철 A.C선과 14가가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지하생활'이 사람들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린다. 맨홀에서 기어 나온 악어가 돈가방을 들고가던 사내를 삼키는 장면이다. 맨해튼 서남부 끄트머리 배터리파크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진짜 세상'은 개는 고양이를 쫓고, 고양이는 새를, 새는 벌레를 잡아먹는 먹이사슬을 묘사한 작품이다.

공원.시청에서도 전시회

빌딩의 숲인 맨해튼은 건물마다 멋진 야외 조각품을 세워두고 있다. '세계의 문화 수도'는 이 정도로는 모자라다는 듯 공공장소에서 수시로 조각전을 열곤 한다. 매디슨 스퀘어파크에서는 마크 디 수베로(71)의 작품이 행인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그는 산업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강 등 거친 자재들을 자연과 잘 조화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거장이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81)의 작품도 지난해 11월부터 뉴욕 시청에서 전시되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 바로잡습니다

24일자 19면에 실린 '이웃문화'란의 뉴욕의 거리 조각전 기사 중 맨 마지막에 언급된 화가이자 조각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1997년에 작고했습니다. 아직 생존해 있는 줄 알고 81세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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