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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관계인 회의] 한보철강 매각 24일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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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보철강 채권단 관계인 2차 집회가 24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서 열린다. 만약 이 모임에서 한보철강 정리계획안이 통과되면 한보철강 매각 절차는 모두 끝나게 된다. 그러나 채권단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매각 작업이 다시 표류하게 된다. 24일 집회가 큰 고비가 되는 셈이다.

자산관리공사.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22일 서울 중앙지법 파산부 주재로 모임을 열고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4일 집회에서 정리계획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일단 커진 상태다. 자산관리공사 연원영 사장은 "대부분의 채권단이 합의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우발채무 처리에 대한 이견 등이 남아 있어 속단하기엔 이르다. 법원 관계자는 23일 "아직 최종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 손배액 분담이 변수=자산관리공사는 지난 16일 열린 1차 관계인 집회에서 AK캐피털이 제기한 15억달러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질 경우 입게 될 손해를 채권단이 공동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채권자들이 공동분담에 난색을 표해 정리계획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22일 법원 주재로 새로 마련한 안은 손해배상액을 채권단 '공동분담'에서'공동대처'로 바꾸는 것이다. 소송에 질 경우를 대비해 채권단이 설정해 놓은 3870억원은 공동으로 분담하고, 그 이상의 돈을 물게 될 경우엔 '공동 대처'한다는 내용이다.

채권단이 한보철강을 매각해 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현재 INI스틸컨소시엄이 납입한 인수대금 8771억원과 한보철강의 자산 1000여억원 등 총 1조42억원이다. 이 중 37% 가량을 소송에서 질 경우에 대비해 유보금으로 설정해 놓았다.

◆ AK캐피털도 새 협상안 제시=2002년 한보철강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가 인수대금 납입 시기의 문제로 탈락했던 AK캐피털 측도 입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던 AK캐피털 관계자는 23일 "소송 취하를 포함한 중재안을 갖고 채권단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AK캐피털 측은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손해배상을 받는 조건으로 자산관리공사와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보철강 인수 과정에서 쓰인 경비와 보증금 등 총 800억원의 금전적 손해를 보았다"며 "여전히 한보철강 인수를 원하며 최소한 손해본 돈은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K캐피털은 지난 22일 한보철강제철소 부동산 등에 제기한 가압류 신청도 취하했다.

AK캐피털의 이 같은 입장 변화가 24일 있을 정리계획안 동의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위험부담을 안고 싶지 않은 일부 채권단이 AK캐피털과의 협상을 마무리 지은 뒤 다시 정리계획안을 만들자고 요구할 경우 정리계획안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AK캐피털은 2003년 인수 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보증금 320억원을 몰수당하고 계약 해지됐다. 이후 이 회사 내의 미국인 주주들은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고 반발,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납입 예정일까지 대금을 마련했는데도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과도한 납입보증금을 요구해 인수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며 몰수된 돈과 인수시의 예상이익금을 합쳐 15억달러의 손해배상을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 함께 홍콩에 있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중재법원에 인수 계약 파기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소송도 냈다.

◆ 철강업계, 조기 매각 촉구=인수 잔금을 이달 초 모두 치르고 공장이 가동될 날만 기다리고 있는 INI스틸 측은 "인수절차가 하루빨리 매듭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열기로 했던 개소식도 정리계획안 통과 이후로 미뤄졌다.

한국철강협회도 23일 "한보철강 매각은 철강재 수급난 해결과 국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라며 "조속한 합의를 통해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현재 연간 500만t 이상의 열연강판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보철강의 열연공장(연산 180만t 규모)이 재가동될 경우 연 9억달러에 달하는 수입대체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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