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사막 남극을 찾아서] ⑩ 불안한 세종기지의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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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기지의 ‘느림보’ 인터넷이 위태위태 하더니 결국 17일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세종기지의 인터넷 속도는 256K이다. 100Mbps가 기본인 한국과 비교하면 굼벵이와 제트기 차이다. 검색은 물론이고 전자메일을 확인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접속이 됐다가도 곧 끊어지기 일쑤다. 강성호 기지대장은 바람 때문에 통신위성과의 교신이 원활치 못해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22일까지 완전복구가 되지 않다가 23일에야 회복이 됐다. 인터넷이 불통이면 인터넷 전화도 ‘통화할 수 없다’는 안내 메시지만 흘러 나온다. 인터넷 중독에 가까운 필자뿐만 아니라 대원들 사이에 ‘미치겠다’는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하다.

인터넷이 멈추면 세종기지 대원들은 사실상 외부와의 소통이 중단된다. 위급한 상황에는 위성통신을 이용하지만 요금이 비싸 잘 사용하지 않는다. 세종기지는 칠레 통신회사 텔멕스의 인터넷 망을 이용해 SK텔링크의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동통신은 보급을 담당하는 강천윤 팀장이 갖고 있는 칠레 이동통신회사의 단말기가 전부다. 세종기지에서 배로 30분 이상 떨어진 칠레 기지에 세워진 이동통신 중계기를 이용하는 것. 하지만 칠레 기지에서 내보내는 전파가 세종기지 건물 내에서는 잘 잡히지 않는다. 전화통화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 칼 바람이 부는 곳에서 전화를 하다 보면 건물이든 지하든 안되는 곳이 없는 한국의 통신서비스 우수성이 새삼 느껴진다.

한국에 있을 때 전화기 챙기는 것을 잊고 외출했을 때에도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 진동을 느낀 적이 많다. 휴대폰 중독이다. 이곳 대원들은 통신이 안될 때가 많으니 적응해야 맘이 편하다고 위로한다.


이처럼 열악한 세종기지의 인터넷 속도가 조만간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의 KT가 세종기지의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을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에 제공키로 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끝’ 남극에서 고생하는 대원들을 위해서다. 이미 통신위성과의 송수신을 위한 위성안테나 설치작업이 기지의 생활동 옆에서 이미 시작됐다. 새로 설치되는 안테나는 돔으로 된 건물안에 설치돼 바람이 심한 날에도 끊김 현상이 지금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인터넷 속도도 1Mbps로 빨라진다. 지금보다 4배 정도 빨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바람이 심한 날 등 기상여건이 좋지 않은 날에는 여전히 인터넷이나 인터넷 전화가 안될 수 있다.

박지환 자유기고가 jihwan_p@yahoo.co.kr

*박지환씨는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등에서 기자를 했으며,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박지환 기자의 과학 뉴스 따라잡기’를 연재했었다. 지난 2007년에는 북극을 다녀와 '북극곰도 모르는 북극 이야기'를 출간했다. 조인스닷컴은 내년 2월 초까지 박씨의 남극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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