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사청문회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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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한동 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6일 오전 10시 국회 145호실에서 열렸다.

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됐다.

◇ 증인 아닌 '공직후보자' 〓'청문회는 김덕규(金德圭)위원장 인사말, 공직후보자 소개, 李총리서리의 서두발언과 선서에 이어 특위 위원들의 일문일답으로 진행됐다.

'여야 의원들은 15분 동안 번갈아가며 기본질의를 한 뒤 특위 위원당 5분의 추가질의와 5분의 보충질의를 벌였다.

李총리서리에 대한 호칭은 증인이 아닌 '공직 후보자' 로 통일됐다.

질의시간에는 李총리서리의 답변시간도 포함됐다.

그래서 "시간을 지켜달라" "답변을 짧게 하라" 는 등의 시간다툼이 많았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李총리서리의 말바꾸기를 추궁하기 위해 초등학교 도덕교과서를 들고 나와 읽는 등 7분에 걸쳐 질의한 뒤 "답변은 됐다" 고 넘어가려다 반발을 샀다.

민주당 간사인 설훈'(薛勳)' 의원은 "청문회 기본 취지는 듣자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 한자성어 동원〓李총리서리는 모두발언에서 "덕이 있으면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덕필유린(德必有隣)이 가훈이다" "앞으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일하겠다" 고 말했다.

한자성어를 섞어가며 자신의 성장과정과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는 청문회 기간 중 줄곧 미소를 띠며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

점심시간에는 대기실에서 배달된 도시락을 먹으며 오전 청문회를 자체 평가했고 "땀을 닦는 모습이 긴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는 지적에 따라 오후에는 발 밑에 선풍기를 긴급 공수했다.

◇ 신경전〓여야 위원들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김덕규 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난 직후 한나라당 간사인 안상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준비기간 10일이 너무 짧다.

또 국세청의 자료제출 거부 등 관련기관의 비협조는 특위차원에서 고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직 후보자의 면모를 가리기 위해 청문회장에서 비디오 사용을 허가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자 설훈 의원은 즉각 "공직 후보자나 증인의 진술에 대해 시비를 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곤란하다" 고 반박했다.

그러나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본질문에 이어 보충질문에서도 여당 의원답지 않게 李총리서리에게 가시돋친 질문을 퍼부어 눈길을 끌었다.

咸의원은 "역대 반민주정권 하에서 온갖 요직을 거친 인물이 민주와 개혁을 추구하는 현 정권에서 과연 총리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 고 추궁했다.

咸의원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충고를 한다면 '나같은 정치인은 나하나로 족하다' 고 할 것이냐 '기회가 닿으면 나같이 되라' 고 할 것이냐" 고 물었다.

이에 李총리서리는 "咸의원이 내가 판사를 할 때 어떻게 했는지 알면 그런 얘기를 안했을 것" 이라고 받아쳤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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