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몸집대결 늘어 관전재미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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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모래판 승부가 밀어치기로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씨름 관전 재미가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벌어진 거창장사씨름대회 단체전과 백두.한라.지역장사 예선과 본선에서 승부를 가린 총 1백48판 가운데 밀어치기로 결정난 판이 54판(36.4%)을 차지했다.

밀어치기 1인자는 단연 '골리앗' 김영현(LG). 백두장사.지역장사 2관왕에 오른 김은 2m17㎝.1백55㎏의 거구를 앞세워 21판 가운데 95.2%에 해당하는 20판을 밀어치기로 따냈다.

밀어치기는 허리샅바와 다리샅바를 쥔 상태에서 온 몸을 이용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단순기술. 종전까지 다리 또는 허리기술에 이은 연계기술로 주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무조건 밀어붙이는 식이 대부분이다.

밀어치기 기술은 한라급보다 백두급 거구들이 주로 사용했다. 이번 대회 단체전을 제외하고 한라급에서 밀어치기는 14.6%였지만 백두.지역장사에서 승부를 결정낸 기술 중 밀어치기가 무려 45.2%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씨름기술은 모두 4백여가지. 이번 거창대회에서는 밀어치기와 잡치기.들배지기 등 총 16가지의 기술만이 선보였다. 10차례나 천하장사에 올랐던 이만기가 이봉걸 등 거인들을 뒤집기와 다양한 다리기술로 모래판에 메다 꽂던 장면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다.

인제대 이만기 교수는 "좌우상하 움직임이 떨어지는 백두급 선수들이 밀어치기를 주무기로 사용하면서 역동적인 몸놀림을 원하는 씨름팬들로선 실망이 크다" 고 지적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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